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기획재정부 장관만 불러 부처 업무보고를 받았다. 수십 명의 고위 간부가 참석한 가운데 스크린에 띄운 보고 내용을 듣는 관례를 탈피해 대통령이 질문하고 장·차관이 답변하는 ‘압박 면접’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대통령이 꼭 알아야 할 사항을 질의응답을 통해 확인하고, 바로 보완 지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 변화로 평가할 만하다. 대통령실은 앞으로 다른 부처 업무보고도 이런 방식으로 할 예정이다.

그러나 어제 보고를 지켜본 국민의 속은 마냥 편치 않았을 것 같기도 하다. 당장 경제 여건만 해도 24년 만의 고물가에 13년 만의 고환율, 6500조원이 넘는 부채위기 속 금리 인상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상반기보다 하반기, 하반기보다 내년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다. 여기에 북핵 위기와 코로나 재유행 가능성까지 겹쳐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여야 할 것이 권력투쟁과 자중지란에 여념이 없다. 윤 대통령 역시 인사 잡음 등으로 집권 두 달 만에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며 고전하고 있다. 정권 초의 어수선함을 감안하더라도 걱정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러니 선임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정책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정치적 불안감이 가라앉을 때까지 철저하게 위기관리를 하면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일 필요가 있다. 특히 경제와 민생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안에 대해선 전 부처가 한 몸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고금리와 고비용에 힘겨워하는 국민과 기업들의 사정을 잘 헤아려 현장감 있는 대책들을 계속 발굴하고 실행해야 한다. 구조개혁 과제도 추진 계획을 더욱 가다듬어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가는 것이 중요하다. 연금개혁과 재정지출 축소, 감세와 규제 완화, 노동개혁과 대학 구조조정 등은 야당·노조·기득권 세력과의 갈등과 마찰이 불가피한 과제들이다.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이 직을 걸고 국민과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칫 공무원들이 패배 의식에 사로잡혀 규제개혁 노력을 포기하거나 벌써부터 차기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고 극도의 보신주의에 빠져들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