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 한 해 동안 법 개정을 통해 늘린 재정부담(예산 지출+세 감면)이 연평균 14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한경 5월 6일자 A8면 참조)다. 집권 후 이런저런 명목으로 퍼주기 정책을 멈추지 않더니, 집권 마지막 해까지 대선을 겨냥한 ‘대못 박기’ 선심 입법을 강행한 셈이다. 그 부담 규모가 새 정부 5년간 73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나라살림이야 어떻게 되든 일단 지르고 보자는 무책임한 ‘퍼주기 입법 행태’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선심성 입법 행태가 있었지만 집권 초 반짝하다 후반기 들어서는 삼가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은 집권 초 쏟아냈던 재정부담 관련 법안 발의 건수를 마지막 해 다시 확 끌어올렸다. 영아수당 신설, 아동수당 지급 대상 확대 등 누가 봐도 선거용이라는 게 뻔한 법안들이다.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나 국가 경쟁력 등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마땅히 재고했어야 할 입법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왜 그런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는 여전히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47.0%로,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채무 증가 속도와 세계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 양상 등을 감안할 때 전혀 안심할 일이 아니다. 연금충당부채 등 정부가 궁극적으로 책임져야 할 비확정 보증채무(1138조원)까지 합하면 국가부채 규모가 2196조원에 달하고, 그 비율이 이미 주요 20개국(G20) 수준에 올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더구나 국가부채는 먼 미래의 골칫덩이가 아니라 당장의 현안이다. 올해 당장 갚거나 차환 발행해야 할 부채가 56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고, 매년 늘어날 전망이다. 금리가 오름세인 데다 한국은 잠재성장률까지 급전직하다 보니 국가신용등급에 대한 경고가 나오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나랏빚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핵심 현안이다. 새 정부는 ‘거시경제 안정과 대내외 리스크 관리 강화’라는 애매한 문구가 아니라 당장 예산 구조조정과 재정준칙 도입 및 연금 개혁 등 중단기적 대응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부채 상환 능력 제고 차원의 성장 전략, 즉 규제시스템 개선 및 성장산업 육성 전략을 함께 마련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