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이 내년부터 서울지역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신입생에게 의류와 태블릿PC 구입용으로 1인당 30만원씩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세금으로 410억원가량을 들여 사실상 ‘입학 축하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경쟁적으로 현금 살포에 나선 데 이어 교육청까지 선심 경쟁에 가세한 모양새다.

서울교육청은 교육 격차를 줄이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점을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들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코로나19로 서민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교육비 부담을 덜기 위해 이번 조치를 시행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0만원으로 교육 격차가 얼마나 해소될지, 의류와 태블릿PC 구입비를 보조하는 게 교육의 공공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상은 지난해 중·고교 신입생에게 교복을 무상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탈(脫)교복 트렌드와 맞지 않게 되자 급하게 대안으로 일반 의류와 원격수업용 태블릿PC를 지원대상에 끼워 넣은 것이다. 부모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지원금을 똑같이 지급한다는 점도 ‘격차 해소’라는 교육청 명분이 설 자리를 잃게 한다.

이런 발상이 가능한 것은 학생 수는 줄어드는데 교육재정은 점점 비대해지는 데 기인한다. 2015년 102만2447명이었던 서울시 초·중·고 학생 수는 지난해 86만6395명으로 15.3%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시 교육비특별회계 세출은 7조9278억원에서 10조9680억원으로 38.3% 늘었다. 그런데도 일선 공교육의 질이 개선됐다고 말하기 힘든 수준이다.

2016년 이후 서울교육청은 매년 세입의 87~89%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충당하고 있다. 이번 ‘입학 축하금’도 서울시와 자치구에 재원의 절반을 손 벌렸다. 그러면서도 불과 사흘 전엔 “학교시설 개선과 원격수업 등에 쓰일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며 교육재정 확대를 호소하는 보도자료도 냈다.

서울교육청이 진정 교육 격차를 걱정한다면 ‘무차별 입학 축하금’ 같은 발상이 나와선 안 된다. 원격수업 탓에 학습 격차는 더 벌어지고, 학습 포기자가 속출해 비대해진 교육예산의 수익률이 점점 떨어지는 데 대한 반성부터 해야 마땅하다. 정부 지자체 교육청 할 것 없이 국민 혈세를 너무 쉽게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