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둔화 우려 속에서도 미국 증권시장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3대 지수 가운데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직전 저점인 작년 12월 말 이후 나스닥이 32.1%(4월 29일 현재), S&P500은 25.7% 올랐다. 다우지수도 22.3% 상승했다. 주요국 증시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

최근 미 증시 활황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도 있지만, 기업실적 개선과 소비 호조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S&P500 종목의 78%가 1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개인 소비지출(3월)은 전달보다 0.9% 늘어 9년 반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1분기 깜짝 성장(연율 3.2%)에도 물가 상승률은 1.6%에 그쳤고, 채권 금리도 안정적이다. 올초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폐쇄)과 경기침체를 걱정했던 게 언제였나 싶다. 최근 상황을 2000년대 중반의 ‘골디락스(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에 비유할 정도다. ‘경제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는 게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반면 우리 경제는 총체적 무기력에 빠져들고 있다. 성장 후퇴(1분기 -0.3%) 속의 물가 안정은 전형적인 불황 징후다. 통계청의 ‘3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투자·소비가 반등했지만, 이는 회복 신호라기보다 비교시점인 2월 지표가 워낙 안 좋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봐야 할 것이다. 1분기 전체로는 소비(1.3%)만 늘었을 뿐, 생산(-0.8%)·투자(-5.4%) 부진이 심각하다.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 10개월째 동반 하락했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다” “청년고용률이 크게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성장엔진이 식어가는데 좋은 지표만 골라서 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민간 투자가 살아나야 경제활력이 생긴다”고 언급한 대로, 경제현실을 냉정히 인식하고 정책으로 구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