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지금, 아프리카!
아프리카가 텅텅 비었다. 3~4일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이 모두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주최한 중·아프리카 협력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아프리카 54개국 중 무려 53개국 정상이 참석했다는 소식이다. 딱 하나 빠진 에스와티니는 대만과의 수교를 놓지 않고 있어 아예 초청받지 못했다니 참석률 100%의 잔치인 셈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호스트 역할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지난주 금요일에 7명, 토요일에 11명, 일요일에 5명의 아프리카 정상을 만났다고 하니, 주말 내내 그야말로 연쇄 회담 마라톤을 달린 격이다. 시 주석은 이미 7월에 세네갈, 르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모리셔스 등 아프리카 각국을 직접 방문해 초청장을 전달한 바 있다.

자존심 높기로 유명한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앞다퉈 중국을 찾은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시 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에 따라 아프리카 전역에 뿌려지는 경제협력 선물 보따리를 챙기기 위함이다. 왕이 외교부 장관이 일찌감치 아프리카 각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3개년 계획’ 소식을 발표하며 분위기를 띄우는가 하면, 상무부는 아프리카의 중국 수교국 가운데 저개발 33개국에 대해서는 수출품 97%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며 한 발 더 나갔다. 작년 한 해 중국이 아프리카에 제공한 차관만 1000억달러(약 111조원)에 달하는데 2010년에 비해 50배가량 늘어난 규모라고 한다.

필자가 수년 전부터 에티오피아와 나이지리아 등지에서 활동하며 직접 경험한 ‘차이나 머니’의 위력은 그 어떤 통계 수치보다 큰 충격이었다. 애초에 아프리카 진출을 추진한다고 하니 국내에서는 “뭐하러 그 멀고 가난한 동네까지 가서 고생이냐”며 말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거의 하루를 날아 도착한 아디스아바바 공항에는 중국인 노동자들이 바글바글했다. 시내 곳곳에는 중국어 간판이 줄을 이었고, 전국 어디를 가나 중국 기업의 공장,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건설현장이 없는 곳이 없었다.

아디스아바바 중심부에 높게 솟은 아프리카연합(AU) 본부 건물은 중국 정부가 2억달러를 들여 건설해 무상으로 기증한 것이라고 했다. 둘러보니 화장실의 손비누 디스펜서부터 관제실 인력까지 100% 중국산, 중국사람이었다. 역시나 올초에는 건물 곳곳에서 도청장치가 발견되고 정보시스템이 해킹돼 그동안 방대한 양의 비밀정보가 상하이의 서버로 빼돌려졌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지만 아프리카연합이 중국 당국에 따지고 나섰다는 기사를 본 기억은 없다.

이웃 일본 역시 뒤질세라 아프리카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아프리카개발회의(TICAD)를 주최하는데 내년 8월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TICAD 행사에는 아프리카 50여 개국 정상이 집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2015년 남아공에서 열린 두 번째 중·아프리카 협력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이 600억달러의 경제지원 계획을 발표하자 바로 다음해인 2016년 케냐 TICAD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300억달러의 투자를 약속한 것만 봐도 아프리카 대륙을 두고 중·일 간 사활을 건 ‘베팅 전쟁’이 한창임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화력이 다소 부족한 일본은 스마트한 외교력을 적극 활용하는 모양새다. 지난주 아프리카 주요국의 전직 지도자들을 도쿄로 불러모아 ‘아프리카 현인 회의’를 출범시켰다. 정권이 걸린 자민당 총재 선거를 코앞에 둔 아베 총리가 만사를 제쳐두고 참석했음은 물론이다. 어디 중국과 일본뿐이겠는가. 인도, 미국과 유럽 각국마저 ‘신식민주의’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프리카 진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의 아프리카 정책이 정말 시급하다. 지난 주말 필자가 디자인한 아디스아바바 종합경기장의 지붕부 건설 용역 입찰이 드디어 시작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지만, ‘중국과 일본이 저렇게 열심히 로비를 하는데 과연 우리 기업이 이 프로젝트를 맡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착잡함을 금할 수 없었다. 주요국 순방 일정도 아직 한참 남은 우리 대통령은 언제쯤 아프리카를 방문할까? 우리 기업인들은 과연 누굴 믿고 아프리카행 비행기를 탈까? 그럼에도 희망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기회가 그 땅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