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와 삼성SDI가 손잡고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가인 칠레에서 리튬 사업권을 따냈다고 한다. 스마트폰에 이어 전기차 수요 등으로 리튬 가격이 최근 2년간 두 배 이상 오르자 배터리 기업과 소재 기업이 공동으로 자원 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 공기업 주도 해외 자원개발이 각종 비리 등으로 역풍을 맞으면서 투자 공백 우려가 적지 않았다. 그런 터에 10~ 20년을 내다본 민간기업 주도 해외 자원개발이 활기를 띠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전기차 등 4차 산업혁명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지만 그 전방산업에서는 자원 확보라는 또 하나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소재 공급이 중요한 삼성SDI와 배터리 소재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가 손을 잡은 배경이다.

리튬만이 아니다.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를 확보하기 위해 광산업체와 직접 협상을 벌이고, 폭스바겐 등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기차 생산을 위해 코발트 확보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양상이다. 여기에 초경합금·특수강·절삭공구는 물론 반도체 금속 배선의 주요 재료로 쓰이는 텅스텐, 코발트 대체품으로 주목받는 니켈·망간도 4차 산업혁명 시대 ‘귀한 몸’이 된 필수 광물이다.

일각에서 ‘전기차 배터리 전쟁’의 승자는 중국일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배경에는 중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원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중국이 코발트 광산에서부터 배터리 생산까지 리튬이온 배터리의 모든 생태계를 통제하고 있다”고 할 만큼 자원 확보를 위한 중국의 광폭 행보는 무서울 정도다. 신산업 경쟁이 치열할수록 자원 확보를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전망을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다.

한국이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려면 가야 할 방향은 자명하다. 한 축이 ‘규제 개혁’이라고 한다면 또 하나의 축은 ‘자원 개발’이어야 한다. 자원 개발 접근방식도 확 달라져야 한다. 기술 및 시장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포스코-삼성SDI 협력처럼 민간기업 컨소시엄이 공기업보다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