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국민에게 자유를 돌려주는 개헌을
비정규직, 정리해고 등을 금지하는 여당의 헌법개정안 초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개정안에는 사회적 경제, 토지공개념 등을 강화하는 조항도 수두룩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인은 없고 집단만 보인다. 재분배에 대한 목표가 주를 이룬다. 우두머리의 명령에 따라 수렵채취를 하면서 공동으로 생산하고 나눠 먹던 척박한 석기시대의 규범을 보는 듯하다.

여당 개헌안은 사회주의다. 민주주의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헌법전문에 넣겠다는 촛불집회의 배후도 사회주의다. 그런 개헌은 ‘노예의 길’이다. 경제민주화, 최소임금제 조항 등으로 국민에게서 자유를 빼앗은 게 현행 헌법이 아닌가. 그럼에도 더 많은 자유를 빼앗겠다는 게 여당의 이번 개헌안이다.

빼앗긴 자유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자유주의 개헌이 절실하다. 주목할 건 그런 개헌의 모습이다. 핵심 내용만을 설명하면 헌법전문의 4·19 민주이념은 삭제하고 ‘대한민국의 건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승계해 1948년에 건국됐음’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총강에서 민주공화국을 선언한 제1조 ①항을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한다’로, 주권재민을 선언한 ②항을 ‘보편·추상적 행동규칙으로서의 법을 집행하기 위해서만 국가는 강제를 행사한다’로 개정해야 한다. 이게 입법을 안내하는 유서 깊은 ‘법치’다. 모든 입법은 물론 헌법조항의 도덕적 정당성까지도 검증하는 기준이 법치다. 이는 국가권력을 제한해 자유, 재산, 인격을 보호하는 고귀한 가치다.

법치에 비춰본다면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명분으로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등을 규정한 37조 ②항은 자유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보편·추상적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강제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이로써 자유권을 방만하게 열거·설명한 제14조에서 제22조, 그리고 ‘열거되지 않은 이유로 경시되지 않는다’는 제37조 ①항은 불필요하다.

흥미로운 건 현행 헌법 제119~127조다. 경제적 자유의 존중을 선언한 제119조 ①항은 총강 제1조 ①항에 넣고 경제민주화·토지규제·중소상공인보호육성조항 등 나머지 조항들은 삭제한다. 이들은 자유를 보장하는 법의 보편·추상성 원칙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경제, 토지공개념 등 여당 개헌안도 그 원칙에 어긋난다. 서민층을 위한다는 이유로 그 원칙에 어긋나는 개헌을 하면 서민층을 더 어렵게 만든다.

복지권은 필연적으로 차별규제, 재분배를 요구하기 때문에 국가의 의무와 한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예를 들면 6개 항의 제34조를 ‘국가는 법률에 따라 인간다운 생활에 필요한 최소 생활기준을 정하고, 이를 보장하기 위한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를 시행한다’로 개정하자.

국가의 고용 증진, 적정임금 보장, 최저임금제 시행을 규정한 제32조 ①항은 법치에 어긋나는 처분적 정책이다. 이는 노동시장을 왜곡해 실업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따름이다. 노동자의 삶의 개선은 의료·서비스 부문을 비롯한 모든 부분의 규제를 없애는 일이다.

이쯤에서만 봐도 빼앗긴 자유를 국민에게 돌려주는 게 마땅하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로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인간의 존엄을 부인하는, 그래서 미성숙한 야만적 사회다. 둘째로 자유는 모든 개인에게 물질적·정신적 번영을 안겨주고 평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집권 여당은 자유시장은 악이 구조화돼 있기 때문에 정부 계획과 통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나 법치를 기반으로 하는 시장은 존엄을 인정하는 자율규제 시스템이기 때문에 국가의 규제와 계획이 불필요하다. 시장경제는 빈곤, 성장, 고용 등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자생적 질서다. 성공적 규제와 계획도 불가능하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정신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데, 하물며 수백·수천만 명의 정신을 규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시장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는 문제의 해결은 고사하고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오늘날 빈곤, 양극화, 저성장, 실업은 개인과 기업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첩첩이 쌓인 규제와 통제 때문이다. 국민에게 빼앗긴 자유를 되찾아 줄 개헌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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