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네안데르탈인의 몰락
인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체격이 좋고, 뇌 용적량도 컸다는 네안데르탈인이 왜 갑자기 지구에서 사라졌을까. 네안데르탈인은 20만년 동안 유라시아의 넓은 지역에서 생존했는데, 3만~4만년 전부터 갑자기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그들의 갑작스러운 멸종 원인을 놓고 여러 분야의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에 밀려 도태됐다는 가설이 지배적이지만, 무력 충돌부터 언어 능력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제기됐다.
경제학도 이런 논쟁에서 열외일 수 없다. 리처드 호란 미시간주립대 교수와 제이슨 쇼그렌 와이오밍대 교수 등은 자유로운 교역(trade)의 도입 여부가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운명을 갈라놓은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네안데르탈인은 신체조건이 호모 사피엔스보다 뛰어나고 지적으로도 큰 차이가 없었지만 협력과 분업, 나아가 다른 지역과 교역을 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이에 비해 호모 사피엔스는 활동 반경이 매우 넓어 여러 지역 종족과 의견을 나누고 무역을 통해 원재료와 앞선 기술 등을 교환하는 등 종족 내부의 폐쇄적 그룹을 뛰어넘는 사회적 기재(supergroup social mechanisms)를 갖고 있었다. 사냥이나 무기 제조, 이동 등에서도 각자의 역할과 기능, 임무 등을 전문화하고, 다른 그룹과 새로운 지식을 교환하면서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높였다. 그 결과 유능한 사냥꾼과 도구로 더 많은 식량과 포획물을 확보했고, 생존 능력과 종족 번식 가능성도 크게 높아졌다. 호모 사피엔스야말로 교역과 전문화를 통해 경쟁력을 향상시킨 최초의 종(種)이었던 셈이다.
수만년 전 선사시대 때부터 분업과 개방, 교역, 전문화가 네안데르탈인의 멸종과 같은 대역사의 갈림길을 만들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작은 차이를 이유로 타인을 배척하고, 외부 변화에 아랑곳하지 않고 폐쇄적인 행태를 보일 때마다 한 번쯤 되새겨 봐야 할 교훈이다.
정갑영 < 전 연세대 총장 jeongky@yonsei.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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