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이철규는 공개 비판…일부 친이준석계는 '지원사격'
이준석 '저격 회견'에 與 무대응 모드…당 일각서 공멸 우려(종합)
윤석열 대통령과 당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 그룹을 향해 작심 비판을 쏟아낸 이준석 대표 회견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섣불리 반응할 경우 오히려 이슈를 키워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무대응'으로 기조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13일 오후 이 대표가 국회 소통관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기 직전까지 관련 상황과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일부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회견 후 지도부에서는 이와 관련해 공식 논평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절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 대표 회견과 관련한 향후 대응 방향에 대해 묻자 "무슨 대응이 있겠나"라며 입을 닫았다.

이 대표는 회견에서 주 위원장과의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이날 이 대표가 실명으로 거론한 윤핵관 중 하나인 이철규 의원은 통화에서 '험지출마 요구'를 언급하며 "의원은 유권자가 뽑는 것이지 이준석이 뽑는 게 아니다.

이준석이 '누구를 어디 가라, 뭐하라' 하나.

누가 이준석에게 그런 권한을 줬나"라고 반문했다.

앞서 자신이 이 대표 사퇴를 고리로 '호남 출마도 마다 않겠다'고 언급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이 대표가 자꾸만 험지로 가라고 해서 한 말"이라며 "이 대표도 스스로 말에 무게를 가지려면 실천을 해야 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떠나겠다'라고도 하지 않았나.

말장난을 계속하면 안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회견에서 이 대표가 '윤핵관'(권성동 장제원 의원) 또는 '윤핵관 호소인'(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의원)으로 거명한 인사들은 반응을 자제하며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이준석 '저격 회견'에 與 무대응 모드…당 일각서 공멸 우려(종합)
반면, 당내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들은 공개 발언을 통해 이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김웅 의원은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랑스럽고 짠한 국민의힘 우리 대표"라고 썼다.

그러면서 회견에 대한 "한 줄 평"이라며 "그럼에도 우리는 전진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김병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오늘 이준석 대표는 권위주의적 권력구조에 기생하는 여의도의 기성 정치권을 정밀폭격했다"며 장문의 소감문을 남겼다.

김 의원은 "여의도 정치를 사람도 조직도 아닌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에 충성하는 정치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절규가 국민들에게 큰 울림으로 전달될 것"이라며 "국민의힘과 우리 정치권은 이준석이라는 문제적(?) 리더로 인해 더 크고 시급한 개혁의 과제를 부여받았고 서둘러 그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지(국회의원)는 권력을 못 이긴다.

하지만 정작 그 권력은 민심을 못 이긴다"면서 이 대표에 대해 "이준석은 여의도에 '먼저 온 미래'다"라며 "부끄럽고, 미안하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이 대표 지지당원 모임인 '국민의힘 바로세우기'에서 비대위 출범을 저지하기 위한 집단소송 등을 대리하고 있는 신인규 전 상근부대변인은 페이스북에서 '대도무문'(大道無門·큰 도리나 정도에는 거칠 게 없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등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어록을 인용했다.

후자의 경우 유신시절의 막바지인 1979년 당시 신민당 총재이던 김 전 대통령이 의원직에서 제명 당하면서 남긴 일성으로 잘 알려져있다.

이준석 '저격 회견'에 與 무대응 모드…당 일각서 공멸 우려(종합)
이런 가운데 익명을 요구한 상당수 당내 인사들은 '우려'와 '비판'의 반응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지도부 출신 인사는 통화에서 "이 대표 주장에 대해 시시비비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라고 전제한 뒤 "국민 입장에서는 서로 '싸움박질'하는 모습을 보면 진저리를 칠 것이고, 지지율은 바닥까지 갈 것 같다"며 "공멸로 가는 길"이라고 우려했다.

한 3선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해 "맞는 말을 할 줄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다.

그건 정치가 아니어서 안 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 본인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포문을 연다고 하면,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 윤 대통령과 맞붙었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이 만든 온라인 플랫폼 '청년에꿈'을 통해 "하고 싶은 말 가리지 않고 쏟아낸 젊은 용기도 가상하다"고 했다.

그러나 "좀 더 성숙하고 내공이 깊어졌으면 한다"면서, 이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이 XX, 저 XX'라는 밀을 들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왜 그런 욕을 먹었는지도 생각해봤으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