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도시 부산,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 밤. 환상적인 야외극장, 팬데믹을 뚫고 모여주신 관객 여러분. 오늘 밤 유일한 문제는 제 영화 '행복의 나라로'(Heaven: To the Land of Happiness) 입니다. 부디 운이 좋길 바랍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서 임상수 감독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사회를 맡은 배우 박소담, 송중기 /사진=변성현 기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사회를 맡은 배우 박소담, 송중기 /사진=변성현 기자
무려 2년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막을 올렸다.

6일 오후 6시부터 시작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는 배우 송중기, 박소담이 사회자로 무대에 올랐다. 레드카펫 행사에는 드레스, 턱시도를 착용한 배우들과 영화계 관계자들이 입장했고, 관객들은 환호를 보냈다.

임권택, 임상수, 봉준호 감독과 최민식, 박해일, 조진웅, 유아인, 변요한, 조한철, 박희순, 임성재, 엄지원, 정지소, 오윤아, 이엘, 한소희 등이 자리를 빛냈다. 코로나19 시국 전 레드카펫을 구경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로 장사진을 치던 풍경은 없었으나 참석자들은 밝은 얼굴로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했다. 올해 배우들은 검은색, 흰색 등 차분한 의상을 입었다.

개막식 무대에 선 송중기는 "아름다운 드레스, 턱시도를 입고 인사드리니 반갑다. 저 멀리 많은 관객과 부산영화제를 찾아준 영화 관계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오랜만에 소통을 할 수 있어 반갑고 감격스럽다. 소중한 일상이 더욱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박소담은 "직접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약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계는 물론 많은 분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여러분들에게 위로와 위안, 새로운 희망을 줄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송중기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대박"이라며 "전 세계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 거장의 영화, 새로운 발견을 알려줄 영화가 준비됐다"고 기대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리허설 때 둘러봤는데 지금 관객이 앉아있는 자리에 영화 포스터가 걸려있더라. 보고 싶은 영화가 너무나 많다. 자원봉사자분들께서 하는 말씀을 들었다. 피가 튈 정도의 티켓팅이라 '피켓팅'이라고 하더라. 다들 피켓팅 성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봉준호 감독과 임권택 감독, 부인 채령 여사가 6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봉준호 감독과 임권택 감독, 부인 채령 여사가 6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첫 순서는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이 진행됐다. 수상자는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고(故) 이춘연 씨네2000 대표가 선정됐다. 고인의 아들 이용진 씨는 무대에 올라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이 상을 받게 됐다. 이런 명예로운 상을 준 영화제에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아버지가 계시지 않는 영화제에 오는 게 생소하다. 제 아들인 손주를 업고 해운대를 걷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평생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감동을 안고 살겠다. 저희 아버지를 지켜주시고 아껴주신 영화인 동료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한국 영화계 큰 어른이셨던, 고 이춘연 대표를 잊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아시아영화인상은 임권택 감독이 받았다. 봉준호 감독 등에게 트로피를 건네받은 임 감독은 "60년 초에 데뷔해 지금까지 100여 편의 영화를 찍었다. 스스로 완성도 어지간하다고 생각하는 영화는 찍지 못했다. 나이가 끝나갈 때 되어서 그런 영화를 찍어볼 기회도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평생을 사랑한 영화를 지금 나이까지 만들며 살았다는 게 너무나 행복하고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건강상 문제로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한 뉴커런츠 심사위원장 디파 메타 감독 대신 베를린국제위원회 포럼 위원장이자 뉴커런츠 심사위원인 크리스티나 노르트가 개막 인사를 전했다.

이어 박형준 부산시장은 개막선언을 통해 "철저한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영화제의 꽃인 개막식을 열 수 있었다. 서서히 일상을 회복해 나가는 희망의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열렬한 팬으로서 영화제의 시간들을 지켜보며 응원했다. 이제 부산 시장으로 영화제가 세계 영화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많은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며 "개막작은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다. 이 멋진 가을 부산에서 펼쳐질 행복의 나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며 개막을 선언했다.

축하공연은 가수 한대수가 맡았다. 건강상 이유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한대수는 영상을 통해 '행복의 나라로'를 열창했다. 그는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가 오프닝 작품에 선정되어 제 노래가 주제곡이 됐다. 너무 영광스럽다"고 인사했다. 아울러 "부산국제영화제는 세계적인 보석이다. 악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에 아름다운 평화와 사랑을 주는 좋은 영화제가 되길 바란다. 평화와 사랑이 전 세계에 다시 깃들도록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중기는 "한대수가 직접 공연을 준비하시다가 안타깝게 건강문제로 함께하시지 못하고 영상으로 인사를 보내주셨다. 빠른 쾌유를 바란다"고 했다.

박소담은 "'행복의 나라로'의 메시지처럼 영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희망을 얻고 힘내셨으면 좋겠다. 개막작을 만날 시간이 됐다. 인사를 드릴 때가 됐다"라고 인사했다. 송중기는 "영화를 통해 희망과 힘을 냈으면 좋겠다는 말이 이 시기라 더 와닿는다. 너무 아쉽지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모두 마치겠다"고 말을 맺었다.

개막작 임상수 감독 '행복의 나라로'…'위드 코로나' 2년 만의 축제

배우 최민식, 임상수 감독, 박해일, 조한철, 이엘, 임성재가 6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배우 최민식, 임상수 감독, 박해일, 조한철, 이엘, 임성재가 6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행복의 나라로'(감독 임상수) 기자회견에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임상수 감독의 '행복의 나라로'는 뇌종양으로 시한부 처지가 된 탈옥수 '203'(최민식)과 돈이 없는 환자 '남식'(박해일)이 우연히 거액의 돈을 손에 넣고 인생의 화려한 엔딩을 꿈꾸며 나선 특별한 동행을 그린다.

이날 부산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진행된 '행복의 나라로'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는 임상수 감독과 최민식, 박해일, 조한철, 임성재, 이엘이 참석했다.

개막식에서 박해일은 "많은 분들 앞에서 영화로 만난 지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다. 기쁘고 반갑다. 부산국제영화제가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잠시라도 여러분의 마음을 보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민식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웠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행복의 나라로'라는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의 문을 열게 되어 영광이다. 즐거운 시간 되었으면 좋겠다"고 인사했다.

임상수 감독은 "바다의 도시 부산,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 밤. 환상적인 야외극장, 팬데믹을 뚫고 모여주신 관객. 오늘 밤 유일한 문제는 제 영화 '행복의 나라'로다. 부디 운이 좋길 바란다"라며 "팬데믹이 있기 전에 1년 동안 전국 방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었다. 함께 고생했던 스태프들을 생각해본다. 부디 좋은 밤 되길 바란다"고 했다.

경쟁 부분인 뉴커런츠상에는 후보작 11편이 올랐다.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은 홍콩의 전설적인 가수 겸 배우 매염방의 이야기를 다룬 '매염방'(렁록만 감독)이 선정돼 오는 15일 저녁 상영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6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6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년 만에 열리는 대면 행사다. 코로나 시국에 대규모 문화행사는 처음이라 '위드(with) 코로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이 불러온 영상산업의 변화 속에 올해 영화제는 '뉴노멀' 시대를 맞이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 시리즈물을 상영하는 '온 스크린'이 신설됐다. 하지만 아시아영화펀드, 아시아영화아카데미, 플랫폼부산 등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이어 올해도 잠정 중단한다.

지난해엔 개·폐막식과 부대행사 없이 영화 상영만 했으나 올해는 '축제' 분위기가 조성됐다. 올해 공식 상영작은 70개국 223편이며 커뮤니티비프 상영작은 63편이다. 지난해는 작품당 1회 상영에 그쳤으나 올해는 예년 수준인 2~3회로 늘렸다. 신설한 '동네방네비프'를 통해 14개 마을 공동체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단, 코로나 방역에 맞춰 전체 좌석의 50%만 운영한다. 개폐막작의 경우 입장 시 예방접종을 2차까지 완료하거나 개폐막일 기준 72시간 이내 PCR 음성 확인 증명서 또는 문자를 제시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이번 영화제는 오는 15일까지 진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