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트레이더스·코스트코·빅마켓 매년 두자릿수 고성장
"창고형 할인점 인기 없다는 건 옛말…불황 탓에 저렴한 매장 선호"


과거 국내에서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하던 창고형 할인점이 최근 수년 새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창고같은 분위기의 매장에 주로 묶음 형태의 대용량 상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은 15년 전만 해도 백화점과 같은 쾌적한 쇼핑환경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으나 최근 불황이 깊어지면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1990년대에 국내 시장에 진출했던 월마트 등 외국계 창고형 할인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으나 최근 급성장 중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나 코스트코 등은 창고형 할인점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0년 1호점인 구성점을 선보인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는 '불황형 매장'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트레이더스는 이 기간에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며 점포 수를 11개로 늘렸다.

올해는 고양과 김포, 군포에 3개 점포를 신규 출점하고, 2023년까지 50개 점포를 목표로 매년 출점한다는 방침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이처럼 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비결로는 경기 불황에 최적화된 상품 구성을 꼽을 수 있다.

창고형 할인점은 같은 상품이라도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상품 진열 등에 필요한 인력을 최소화하고 상품을 묶음 형태로 대용량 판매하는 것이 비결이다.

신라면의 경우 이마트에서는 5개짜리 한 묶음을 3천380원(개당 676원)에 판매하는 데 비해 트레이더스에서는 30개짜리 묶음을 1만7천480원(개당 583원)에 판다.

이마트 관계자는 "트레이더스와 같은 창고형 할인점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뛰어난 가성비"라며 "불황이 깊어지다 보니 과거에는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던 4인 가족 이상 규모의 소비자들이 가성비가 뛰어난 창고형 할인점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존 창고형 할인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도 트레이더스가 인기를 끄는 비결이다.

트레이더스는 가공식품과 생활용품, 의류 등 전체 운영상품의 50% 가량을 해외 직수입 상품으로 구성해 상품 경쟁력을 높였고, 2014년부터는 자체 브랜드(PL) 상품인 '트레이더스 딜'을 선보인 이후 100여개까지 상품을 확대, 운영 중이다.

코스트코 등과 달리 비회원제로 운영된다는 것도 트레이더스만의 차별점이다.

별도의 회원비를 받지 않는 트레이더스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핵심 아이템 4천가지만 운영함으로써 단일 상품에 대한 구매력을 극대화하고 별도의 작업 없이 바로 진열이 가능한 RRP(Ready to Retail Package) 시스템 적용을 통해 운영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트레이더스 조직을 기존 '담당 조직'에서 '본부 조직'으로 격상시키고 출범 초기부터 조직을 이끌어온 노재악 상무를 부사장으로 진급시켰다.

트레이더스의 성장세가 가속화될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한 것이다.

이마트가 트레이더스 확대에 나선 것은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신장을 기록하며 이마트의 신성장 동력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트레이더스와 더불어 창고형 할인점의 원조격인 코스트코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1998년 프라이스 클럽을 인수하면서 국내 시장에 진출한 코스트코는 영업 초기 수 년간 인지도 부족과 초기 투자 등의 영향으로 영업손실을 면치 못했으나 진출 4년차인 2001 회계연도를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차별화된 상품력과 운영 방식으로 고속 성장을 거듭하면서 2015 회계연도에는 1천59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코스트코의 자체 브랜드(PB)인 '커클랜드'는 우수한 품질과 합리적 가격으로 소비자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현재 양재, 양평, 상봉, 일산, 대전, 대구, 부산, 울산, 의정부, 천안, 광명 등지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 송도점 오픈으로 점포수가 13개로 증가했다.

2018년 3월에는 세종시 세종고속시외버스 터미널 인근 3만3천㎡ 부지에 점포를 개장할 예정이다.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빅마켓도 2012년 6월 1호점인 금천점이 개장한 이래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빅마켓은 매장 인테리어 등을 최소화하고 상품 진열도 물류창고와 같이 박스 단위로 해 관련 인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춰 회원들에게 저렴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대용량 기획, 대량 매입을 통해 회원들의 구매 비용을 줄이고, 기존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도 직수입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불황이 깊어지면서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소비자들이 기존 대형마트보다는 다소 불편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갖춘 창고형 할인점을 선호하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 소비자들은 다소 비싸더라도 백화점같이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대형마트를 선호했으나 최근 불황이 깊어지면서 가성비 좋은 상품을 구할 수 있는 창고형 할인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passi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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