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대로 물러난 장승화 전 위원 자리 이어받아…WTO내 입지 확대

김현종(57)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가 23일(현지시간)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DSB) 정례회의에서 상소기구 위원으로 선임됐다.

우리나라는 장승화 서울대 교수가 1차 임기(4년)를 마치고 물러난 뒤 공석으로 남아 있던 상소기구 위원 자리를 연속 맡게 됨에 따라 WTO에서 입지를 더 넓히게 됐다.

김 전 본부장의 임기는 내달 1일 시작하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WTO 상소기구는 WTO 분쟁의 최종심(2심)을 담당하는 심판기구다.

7명의 상소기구 위원은 WTO 분쟁에서 최고 판단자의 역할을 해서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받는다.

현재 상소기구에는 미국, 벨기에(EU), 인도, 모리셔스, 멕시코 등 5개국에서 각각 1명씩 위원을 두고 있다.

공석으로 있던 자리는 이번에 김 전 본부장과 중국 차오 홍 주제네바 공사참사관이 선출됐다.

2명을 뽑은 이번 선출 절차에는 한국과 중국 외에 일본, 호주, 대만, 네팔 등도 후보를 냈다.

김 전 본부장은 미국 윌브래맨스 고교를 나와 컬럼비아대에서 통상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딴 뒤 WTO 상소기구 법률자문관을 지냈고, 민간인으로서 처음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돼 참여정부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이끌었다.

이후 주 유엔 대표부 대사, 삼성전자 해외법무 책임자(사장)로 일했고 지난해 한국외국어대학교 LT(Language & Trade)학부 정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날 열린 WTO 분쟁조정기구 전체회의에서는 김 전 본부장의 적격성을 높이 평가해 선출에 반대하는 나라가 없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달 8일부터 26일까지 스위스, 벨기에, 미국 등을 방문해 인터뷰하고 WTO 관련 주요인사들을 면담했다.

올해 9월 김 전 본부장을 후보자로 통보한 정부는 산업부와 외교부 등 부처와 주제네바 대표부 등 재외공관이 나서서 김 전 본부장의 선출을 후방에서 지원했다.

관례를 깨고 미국이 반대하면서 장 전 위원이 연임을 못 하게 됐지만, 다자 체제를 존중해 승복한 것도 후임 선출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