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롯데·삼성·KB국민 순…부실 우려 비율 8% 넘는 곳도
"카드론, 한번 부실 나면 걷잡기 어려워"

신용카드사들이 본업인 지급결제 대신 고금리 신용대출인 카드론 사업에 집중하면서 연체되거나 '손상'으로 분류되는 부실 우려 대출 역시 급증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보통 연체 기간이 90일을 넘기면 원금을 전액 회수하기 어렵다고 보고 손상된 채권으로 분류하고 충당금을 더 쌓는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 등 7개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자산은 23조 172억원으로 지난해 말(21조4천43억원)과 비교해 1조6천129억원(7.54%) 늘었다.

카드론 대출이 많이 늘어나면서 연체되거나 손상된 카드론 자산은 더 빨리 늘어나고 있다.

지난 3분기 7개 카드사의 카드론 자산 중 연체되거나 손상된 카드론 자산은 1조5천288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4천185억원)보다 1천104억원(7.78%) 늘었다.

전체 카드론 채권에서 이렇게 연체됐거나 손상된 카드론 자산의 비율은 같은 기간 6.63%에서 6.64%로 소폭 늘었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이처럼 연체되거나 손상된 카드론 자산이 가장 많은 곳은 신한카드다.

카드론 자산이 가장 많은 신한카드는 연체되거나 손상된 카드론 자산이 4천126억원이나 됐고, 부실 우려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7.49%로 3번째로 높았다.

롯데카드는 부실 우려 자산이 2천180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고 부실 우려 자산 비율은 8.8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삼성카드(2천160억원·5.50%), KB국민카드(2천9억원·5.0%) 순으로 연체되거나 손상된 카드론 자산이 많았다.

카드론에서 부실 우려 채권이 늘어나고 있지만, 카드사들은 카드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저금리로 조달비용이 적게 들어 카드사 입장에서는 부실률이 조금 올라가더라도 카드론을 늘리기만 하면 수익을 많이 낼 수 있어서다.

여기에 최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 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상대적으로 쉽게 빌릴 수 있는 카드론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다.

문제는 카드론은 신용대출이다 보니 부실이 조금만 늘어도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영세 자영업자나 저소득자들이 사업자금이나 생활자금으로 카드론을 받고 있다.

또 다른 빚을 갚기 위해 카드론을 받는 일명 돌려막기식 대출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도 조만간 카드사 현장 점검을 통해 카드론 실태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김지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카드론을 받는 사람은 은행 대출이 어려운 저신용자나 저소득층이 많은데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카드사는 2003년 카드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위험 관리를 철저히 하고 금융당국은 카드론도 소득 수준에 맞게 대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 올해 3분기 카드사 카드론 자산 및 연체·손상된 카드론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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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론 자산 │ 연체·손상된 카드론 │ 비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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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 5조5천62억원│ 4천126억원│7.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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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 4조206억원│ 2천9억원│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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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 3조9천245억원│ 2천160억원│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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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 3조1천874억원│ 1천910억원│5.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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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 2조4천757억원│ 2천180억원│8.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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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 2조1천33억원│ 1천674억원│7.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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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 1조7천994억원│ 1천229억원│6.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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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 23조172억원│ 1조5천288억원│6.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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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각 사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