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 기성정치를 내건 아이슬란드 해적당이 총선에서 제3당에 오르는 대약진을 앞두고 있다. 정부 구성 협상 결과에 따라선 집권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현지 언론은 29일(현지시간) 치러진 아이슬란드 조기총선 개표 결과 해적당이 14.5%를 득표해 10석을 얻었다고 전했다. 기존 의석수에 비해 3배로 늘었다. 이번 선거에서 좌파녹색당(10석·득표율 15.9%) 등 해적당과 연립정부 구성에 사전 합의한 좌파 성향 3개 정당은 모두 19석을 얻었다. 다만 해적당을 포함한 의석수가 27석으로 총 63석인 의회의 과반(32석)에는 미치지 못한다.

현 집권 중도 우파 독립당은 2석을 늘린 21석으로 제1당을 유지했지만 연정 파트너인 진보당은 11석이 줄어든 8석을 얻으며 참패했다. 이로써 7석을 확보한 신생 재생당이 차기 정부 구성의 열쇠를 쥐게 됐다.

해적당은 2012년 활동가, 무정부주의자, 해커 등이 반 기성 정치를 주창하면서 창당됐다.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5.1%를 득표해 3석을 확보했다. 2008년 금융위기 국면에서 3대 은행의 파산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깊어진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해적당 의회 입성을 이끌었다.

여기에 지난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탈세 의혹인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에서 다비드 귄로이그손 총리가 조세회피처에 재산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반(反) 부패와 변화에 대한 바람이 거세졌다. 당시 해적당 지지율은 40%까지 치솟았다. 결국 귄로이그손 총리는 대규모 시위에 사퇴와 함께 조기총선을 약속했다.

해적당 공동창립자인 비르기타 존스도티르(49·여) 의원은 AFP 통신에 “우리는 젊은층, 사회를 다시 만들려는 진보적인 이들을 위한 정당이다. 해적 같다. 로빈 후드도 해적이었다”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