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프랑스 정부가 지난해 '디젤게이트'로 파문을 일으킨 폴크스바겐 말고도 피아트, 르노, 포드, 볼보, 닛산 등의 디젤차 역시 환경당국 기준을 초과하거나 업체 광고보다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환경부는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가 불거지자 10개월에 걸쳐 디젤차량 86종의 배출가스 문제를 조사했다. 조사를 담당한 외부 독립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차량 상당수가 유럽연합(EU)의 질소산화물(NOx) 기준을 초과하는 가스를 배출할 뿐 아니라, 실제 도로 상황에서는 광고한 수치보다 많은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는 이들 업체가 배출가스 수치를 조작했다는 증거를 찾지는 못했지만, 조작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결론짓지도 않았다.

조사 대상 차량의 3분의 1가량이 유럽 NOx 배출 기준을 초과했다. 기준을 가장 크게 위반한 차량은 유로6 인증이 적용된 피아트 500X였다. 실험실에서 측정한 km당 NOx 배출량은 68.2mg로 법적한도(80mg/km)를 충족했지만, 실제 ㎞당 NOx 배출량은 실험실 수치의 19.7배인 1천345㎎으로 나타났다. 볼보 V40, 르노 탈리스만·에스빠스, 닛산 캐시카이, 포드 쿠가, 오펠 아스트라·모카 등도 배출가스 기준 위반 정도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기아차도 유로6 기준을 충족한 투싼의 실제 km당 NOx 배출량이 실험실 수치(54.9mg)의 5.8배인 320.3mg으로 나타났다. 리오도 실험실 수치(22.6mg)보다 많은 161.9mg을 배출했다. 다만 투싼과 리오는 실제 도로 상황에 적용하는 기준인 km당 400mg(유로6 한도의 5배) 보다는 배출량이 낮았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유럽 인증 법규를 준수하고 있으며 향후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사위에 따르면 조사 차량의 4분의 3은 실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각 자동차 브랜드가 광고에서 제시한 수치보다 20∼50% 많았다. 다만 조사위는 지금 단계에서 조사 대상 디젤차량에 배출가스 눈속임 장치가 쓰였는지는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눈속임 소프트웨어가 활성화됐는지 판단이 가능한 수준으로 생산자가 사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에 접근할 권한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폴크스바겐은 실제보다 수치가 적게 표시되도록 눈속임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배출가스를 조작해 엄청난 파문을 몰고왔다.

그러나 프랑스 환경부는 "차량에 불법 장치를 사용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더욱 깊이 있는 조사에서 불법 장치 사용이 확인될 수 있다는 가정은 배제할 수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면서 "자동차 제조업계는 차량의 친환경 성능을 강화해야 하며 소비자는 환경 오염을 덜 유발하는 차량을 구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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