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3개월 차이로 내놓은 친환경차의 성패가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기아차 니로가 '대박'이라는 평가를 받는 반면 현대차 아이오닉은 '저조'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니로는 지난 3월 출시 후 2개월간 5,120대를 판매했다. 월평균 2,500대로, 당초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반대로 아이오닉은 5개월간 4,574대를 내보내 매월 약 900대 수준에 머물렀다. 친환경 전용 제품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것에 비하면 기대에 못미친 실적이다. 이 같은 성적에 대해선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기아차는 감추고 현대차는 드러냈더니…

기아차 국내마케팅 관계자는 "소형 SUV라는 차급을 선택했던 게 주효했다"며 "국내에 판매하는 하이브리드카는 대부분 세단이나 해치백 형태여서 보다 독보적인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지속돼 온 SUV의 인기도 보탬이 됐다. 이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소형 SUV가 대세를 이루는 흐름을 잘 탔다"며 "하이브리드와 소형 SUV의 결합이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기아차가 니로를 부각시키며 '하이브리드'를 애써 감춘 것도 묘수(?)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친환경=하이브리드'라며 이를 집중 홍보하는 상황에서 기아차는 오히려 '하이브리드'를 드러내지 않는 전략을 썼다. 아직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대중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것. 실제 기아차는 TV광고나 슬로건 등 홍보물에서 니로가 하이브리드임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하이브리드가 아닌 여러 소형 SUV 중 하나로 인식해 소비자 접근이 쉬웠다는 분석이다.

반면 현대차는 아이오닉을 철저하게 하이브리드로 강조했다. 대표 하이브리드카인 토요타 프리우스처럼 해치백 디자인을 채택했고, 프리우스를 경쟁차종으로 지목하며 친환경차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이미지 장벽이 두터운 데다 SUV 선호현상이 더해져 기대만큼 판매가 되지 못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조사를 해보면 하이브리드가 많이 알려졌지만 아직 친숙하지는 않다는 결과가 나온다"며 "기아차가 니로를 내놓으며 하이브리드를 드러내지 않은 게 절묘한 한 수가 됐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 기아차는 감추고 현대차는 드러냈더니…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