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수 KDB생명 사장과 김은희 이사(오른쪽).
안양수 KDB생명 사장과 김은희 이사(오른쪽).
KDB생명에선 올해 김은희 경기지역본부 효원지점 영업이사가 FC(보험설계사)부문 ‘챔피언 상’을 수상했다. 김 이사는 1993년 보험설계사로 입사한 이후 20년 연속 연도대상 금상을 받았다.

1200여명 고객의 1420건에 달하는 보험계약을 유지하고 있으며, 65개 기업의 재무·위험관리 컨설팅을 맡고 있다. 최근엔 기업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영업 노하우 강연도 하고 있다.

김 이사의 보험회사 생활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 첫 직장으로 주류회사인 진로에 입사했던 그는 결혼과 함께 퇴사한 후 다시 직장생활을 하기 위해 1993년 11월 보험사 문을 두드렸다. 교육기간 동안 23명의 입사동기 중 유일하게 마지막 날까지 한 건의 계약도 없어 탈락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깨달음을 얻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퇴근길에 우연히 발견한 불 켜진 상가에 무작정 들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상품설명을 했어요. 그런데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아가씨가 본인과 어머니의 암보험을 가입했어요. 말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하면 되는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죠.”

이후 김 이사는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꾸준히 우수한 실적을 냈다. 그는 “이른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누구보다 열심히 뛰어다녔고, 식사할 시간이 아까워 점심이나 저녁을 거르는 일도 많았다”며 “포기를 모르는 성격 때문에 가입을 고민하는 고객에게 4~5시간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설득한 적도 있다”고 했다. 2년 전 이맘때 고객과 상담하느라 폐암으로 투병 중이던 남편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소식을 받고 미어지는 마음을 차마 내색도 못하고 청약서에 서명을 받고 뒤돌아 나와 목이 터져라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김 이사를 보험왕으로 올려놓은 것은 영업에 대한 근성과 성실성 만은 아니다. 그는 철저한 프로의식을 갖고 금융 지식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김 이사는 “보험 설계사라는 직업이 잘못하면 구걸하는 식의 ‘보험쟁이’, ‘보험아줌마’로 전락하기 쉽다”며 “늘 가슴에 ‘나는 아마추어가 아니다’란 생각을 품고 고객에게 금융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저축성·보장성·연금성 등 보험 상품을 늘어놓고 판매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보험 설계사도 전문 지식을 갖춘 재무컨설턴트가 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객에 따라 세무적인 부분, 노무·법률적인 부분 등 컨설팅할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전문가를 일일이 찾아 문의하고 배워서 고객의 어려움을 돕다 보니 내공이 쌓였다”고 했다.

김 이사는 “항상 ‘내가 얼마나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나와 인연을 맺은 고객이 행복을 지킬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며 “불의의 사고나 질병에 맞닥뜨린 고객이 보험의 도움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볼 때 이 직업을 선택한 것을 감사해 한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