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명분으로 지정한 임시공휴일이었다.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고 관광지, 극장, 쇼핑몰에도 인파가 몰렸다. 종일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다소는 소비 증진 효과가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지난해 임시공휴일(8월14일) 지정에서 노출된 문제점은 전혀 손보지 않은 채 또다시 즉흥 공휴일을 시행한 것은 실로 유감이다.

깜짝 공휴일에 따른 혼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이 맡기기, 집 매매 등의 불편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사업장마다 제각각인 휴일근무수당(통상임금의 150%) 지급 문제로 인한 갈등도 재연됐다. 어제 휴무한 중소기업은 10곳 중 4곳에 그쳤다. 이러니 사업주는 사업주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불만이다. 휴일요금 적용 여부도 중구난방이었다. 은행 ATM은 평일요금인 반면 극장, 골프장, 패밀리레스토랑 등은 대부분 휴일요금을 적용했다. 민자고속도로 요금, 휴일진료 가산금 등은 운영자들이 알아서 결정하란 식이었다. 아울러 관광지 소비는 늘겠지만 도심 상가들은 파리를 날릴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임시공휴일은 환영받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점이다. 명분이 약한 이번 임시공휴일을 계기로 앞으로 징검다리 휴일마다 기대감이 한껏 커지게 생겼다. 내년 5월 달력을 보면 1일(월) 근로자의 날, 3일(수) 석탄일, 5일(금) 어린이날이다. 이때는 어쩔 셈인가. 또다시 열흘 전에 선심쓰듯 임시공휴일을 지정한다면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도 자신의 생활상 일정을 그렇게 졸속으로 결정하진 않는다. 차제에 공휴일 제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해진 날짜가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몇 월 며칠’ 대신 ‘몇 월 몇째 무슨 요일’식의 요일제 공휴일도 생각해 볼 만하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어야 생산성이 높아지고 소비도 활성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