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김보형 미쉐린코리아 사장 "라켓에 '팡' 소리나면 상쾌…테니스는 스트레스 해소 특효약"
김보형 미쉐린코리아 사장(54·사진)이 지방은 물론 외국 출장을 갈 때도 반드시 가져가는 물품이 있다. 바로 테니스 라켓이다. 출장 기간 중 잠깐이라도 시간이 허락되면 가장 가까운 테니스클럽을 찾아간다. 작년 말 대리점주들과 함께 하와이 출장을 갔을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테니스 라켓을 챙겨간 김 사장은 일요일 아침 테니스 복장을 갖추고 인근 주택가 테니스장의 문을 두드렸다. 김 사장은 “현지인들은 불쑥 찾아와 테니스를 치자고 말하는 낯선 한국인을 보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며 “하지만 함께 몇 게임을 치고 난 뒤 모두 친해져 맥주도 한 잔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프랑스 등 다른 국가로 출장을 갈 때도 이런 방식으로 ‘테니스 인맥’를 넓힌다.

미쉐린코리아는 세계 최대 타이어회사인 프랑스 미쉐린이 생산한 타이어를 한국에 수입·판매하는 회사다. 김 사장은 건국대를 졸업하고 KAIST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1987년 미쉐린코리아에 입사했다. 2001년 일본의 미쉐린아시아연구소, 2005년 미쉐린프랑스연구소에서 제품마케팅 매니저로 근무했다. 2009년 미쉐린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김 사장과 테니스와의 인연은 20년 전인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살던 아파트 거실 창밖으로 단지 내 테니스장이 내려다보였다. 김 사장은 “보통 아마추어 테니스는 2명이 한 팀을 이뤄 경기를 한다”며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테니스는 개인 실력보다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점을 발견하고 매력을 느껴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라켓을 잡은 김 사장은 급속도로 테니스에 빠져들었다.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운동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같은 팀 파트너와 대화를 많이 할수록 경기가 잘 풀렸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특효약이었다. 김 사장은 “공을 제대로 치면 ‘팡’ 소리가 나면서 공이 튀어 나간다”며 “스트레스를 공에 실어 날려버리면 기분이 상쾌해진다”고 강조했다. 짧은 시간에 온몸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도 회사 업무로 바쁜 김 사장에겐 중요한 장점이었다. 그는 “골프도 흥미로운 운동이지만 골프장을 오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며 “테니스는 평일에 도심 속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이후 2001~2003년 일본, 2005~2009년 프랑스 본사 파견 근무를 가서도 라켓을 놓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지역 테니스클럽에 가입해 뛰었다. 그때 맺은 테니스 친구들과는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을 정도로 우애가 돈독하다고 한다. 그는 평소엔 회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근의 ‘탑(Top) 테니스 클럽’를 자주 이용한다. 김 사장의 테니스 사랑은 겨울에도 식지 않는다. 한겨울에도 1주일에 2~3일은 퇴근한 뒤 테니스장으로 달려간다. 김 사장은 “경기에서 이기려면 파트너와 작전을 잘 짜야 하고 호흡이 척척 맞아야 한다”며 “테니스에서 몸으로 느낀 파트너십의 중요성이 회사 경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