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이 우여곡절 끝에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이런 법안 통과가 극적인 뉴스가 될 정도로, 우리 정치의 타락상은 극에 달해 있다. 겨우 통과된 원샷법만 해도 7개월여 동안 거래와 야합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누더기가 됐다. 기업 구조조정 효과와 속도를 높이는 핵심 조항들은 느슨해지고 오히려 예외를 적시하는 규제만 늘었다. 이런 상태라면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심되는 ‘반(半)샷법’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원샷법은 기업이 인수합병(M&A) 등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기업의 선제적·자발적 사업재편을 촉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법안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재벌 특혜라며 반대했다. 그러다 보니 야당이 한 번 반대하고 조건을 내걸 때마다 내용이 바뀌었다. 결국 공급과잉 업종 대부분에 대기업이 걸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을 지원하는 방안들은 축소됐다. 세제·금융 혜택과 자금 지원 등에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대기업은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없도록 수정됐다. 또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계열사는 원샷법의 채무보증 특례를 받을 수 없게 했다. 간이합병은 피합병회사 주주총회 대신 이사회 결의로 가능하게 했지만, 피합병회사 주식 80% 이상 보유라는 단서가 새로 달렸다. 원래는 소규모 분할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수정안은 사업재편 기간에 한 번만 허용키로 했다.

더구나 정치권은 이 누더기 속에 또 ‘디테일의 악마’를 숨겨놓았다. 원샷법 수혜기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에 두기로 한 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위원장을 포함해 20명으로 구성하도록 한 이 위원회에 민간위원 4명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국회가 갖기로 한 것이다. 정치가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 개입하고 그 장부까지 들춰보겠다는 것이다. 국민이 서명운동까지 벌이니까 마지못해 누더기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쥐꼬리만 한 권력이라도 행사하겠다며 수작을 부린 것이다. 정말 구역질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