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늘어나는 중국 중산층, 한국 기업에 기회다
몇 년 만에 다시 찾은 중국 시안(西安)은 그새 훨씬 세련되고 발전한 모습이었다. 유구한 역사와 방대한 유물들은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면서 전 세계 관광객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음식과 숙박은 물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도심 풍경 또한 국제 관광도시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얼마 전만 해도 중국은 2%쯤 부족해 보였지만 이제 다방면에서 그런 격차는 사라진 듯했다.

더 이상의 기술과 품질 차이가 사라진 상황이라면 앞으로 중국시장에 무엇을 팔 수 있을까. 더구나 중국의 성장 둔화로 지난해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4.5% 줄었다. 시안을 찾은 것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중국 지역 19개 무역관장들과 함께 내수시장 진출의 해답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시안은 중국 역사의 중심이면서 내륙의 한복판에 있다. 중국인의 자부심이면서 내수의 한 중심인 곳이다. 이것이 중국 정부가 시안을 신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시발점으로 삼은 이유다.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섰던 강한성당(强漢盛唐: 강대했던 한나라와 번성했던 당나라) 시대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꿈틀대는 대륙을 한국의 시장으로 품을 수 있을까. 중국 경제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지만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도 많다. 올해는 ‘전 인민의 중산층화’를 지향하는 13·5계획(13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이 시행되는 첫해인 만큼 소비재 중심의 내수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기회들을 잡으려면 관세 인하 및 신속한 통관, 비관세 장벽 제거 등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꼼꼼히 준비해야 한다. KOTRA도 전담반을 운영해 현지 이행사항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한·중 FTA의 조기 정착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한류 붐을 앞세워 수혜품목을 확대하고 내륙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화장품과 의류 등 대표적인 한류 수혜품목에 힘입어 이른바 ‘한국 스타일’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은데 이를 가공식품, 영유아용품,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문화 콘텐츠 등 유망 소비재 분야로 확대해 내륙 2, 3선 도시들을 파고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류를 든든한 우군으로 활용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 현지 무역관장의 말에 따르면, 시안 시민들은 떡볶이와 김밥 등 한국 음식을 좋아해 자주 즐기지만 정작 사업 기회는 중국인이 차지해 주요 상권마다 수십 개의 점포를 운영할 정도로 성업 중이라고 한다. 중국 내륙은 멀고 힘든 시장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시장 진출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시안에는 넓은 대륙에서 활로를 찾는 대만 기업들이 자주 눈에 띈다. 시안에서 가장 성공한 베이커리 업체로 손꼽히는 위핀쉬엔(御品軒)의 사례를 보자. 이 업체는 현지인들이 단맛보다 맵고 짠맛을 선호하는 점에 근거해 당도를 30% 줄였다. 부드러운 빵보다 질감 있는 빵을 선호하는 점도 제품에 반영했다. 이처럼 현지인의 식문화를 이해하고 제품에 반영한 결과 가맹점이 늘면서 승승장구하고 있어 현지화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서부 내륙시장은 동부 연안지역과는 완전히 다른 시장이라는 인식을 갖고 접근하면 한국 기업들도 이런 성공신화를 일굴 수 있다.

중국 경제가 내수 중심으로 구조를 전환하고 있다.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내수시장이 열리고 있다. 그동안 중간재 위주로 치중됐던 수출구조를 개선해 5%에 불과한 소비재의 수출 비중을 확대할 기회다. 중국은 한 개의 성(省)만 공략해도 한 개의 국가에 진출하는 효과가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중국 중산층을 잡자.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다.

김재홍 < KOTRA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