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동시에 재규어 디자인부문 수장인 이안 칼럼이 한국을 찾았다. 이번이 두 번째 방한으로, 국내 출시한 플래그십 세단 신형 XJ를 직접 소개하고 81년 역사를 자랑하는 재규어의 디자인 철학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2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재규어 신형 XJ 출시에서 이안 칼럼은 "XJ는 내가 재규어에 입사하게 된 계기가 된 차이자 재규어 디자인을 혁신적으로 바꾼 제품"이라며 제품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이어 신형 XJ에 대한 자세한 디자인 철학을 소개, 국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본지는 독자들의 자율적인 판단을 최대한 돕기 위해 간담회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안 칼럼, "재규어는 공학과 예술의 융합 산물"

-재규어의 전통 추구로 인해 신차 디자인의 제약이 있었는지.
“(재규어 디자인 총괄 이안칼럼)디자인 측면에서 본다면 기존의 전통에 초점을 맞추는 게 더 쉬운 일이다. 그러나 진정한 디자인은 가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전통적 요소의 카피가 아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형 XJ의 경우 전체적인 선이 아름답고 실내는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해 재규어 전통의 가치를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전통에 제약을 받은 것이 아닌 전통의 가치를 재해석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평소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어디에서 받는지. 신형 XJ의 디자인은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이안 칼럼)주변에 있는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중요한 것은 영감을 받는다고 그것을 단순히 카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술 같은 예술의 영역이나 음악, 건축, 사진 등에서 특히 많은 아이디어를 얻으며 작품이 좋은 경우 왜 이렇게 좋은지 생각해보곤 한다. 그러면 명확한 사고 방식이 생기기 마련이다. 드라마틱한 속성이나, 익사이팅한 요소 등을 디자인에 활용한다. 이번 신형 XJ의 경우 1968년 출시한 1세대 XJ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전통의 가치를 최대한 살린 디자인이라 볼 수 있다"

-엔진니어링적인 측면, 재정적 요소 등 외부적인 영향으로 인해 자동차 디자인의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신형 XJ는 어떤 부분에 있어 영향을 받았는지.
"(이안 칼럼)자동차 디자인은 외부 요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특히 전면과 후면이 그렇다. 디자이너로서 모든 요소를 고려하고 타협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잘 판단해야 하며, 결국 모든 요소를 정제하고 절제해서 원하는 디자인을 궁극적으로 낼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는 외적 요인들이 디자인 측면의 감성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고려해 최종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활용도를 판단해야 한다"

-평소 기아차 피터슈라이어 사장과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대기아차 디자인과 기타 한국차의 디자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안 칼럼)다른 회사의 디자인에 대해 코멘트를 달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기아차 피터 슈라이어 사장의 경우 평소 존경하는 디자이너다. 그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행보에 대해 항상 응원하고 있다"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을 하자면.
"(이안 칼럼)예전에는 사람들이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잘 몰랐다. 단순히 이탈리아나 미국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주도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나의 경우 산업디자인으로 학업을 마치고 자동차 디자이너가 됐지만 요즘에는 상황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요즘 학생들은 자동차 디자인 업계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또 자동차 디자인을 위한 요소를 이미 많이 익힌 상태다. 자동차에 있어 디자인은 그 기업을 살릴 수도, 반대로 죽일 수도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나는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어린 학생들에게 학창시절 수학 및 엔지니어링 등 기계적 측면과 예술 및 창의적인 측면을 균형 있게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두 분야 모두 가치가 있기 때문이며, 이는 학창시절에만 공부할 기회가 주어진다. 디자인 관련 직종에 들어가면 다양한 가치를 고민하게 된다. 최근 자동차 디자인 업종에 종사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희망자가 100명이라면 이 중 10% 정도만 문턱을 넘는다. 그만큼 기준이 높아졌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몇 년 전까지 재규어 디자인의 아이덴티티(정체성)는 좌우 4개의 타원형 헤드램프였다. 신형 XJ의 바뀐 전면 모습에서 어떠한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
"(이안 칼럼)신형의 새로운 얼굴에서도 미묘하게 기존 정체성의 포인트를 유지했다. 포르쉐나 미니의 경우 현재 라운드 형태의 헤드램프를 유지하지만 우리는 기술이 진보해 헤드램프가 라운드 형태에서 벗어나게 됐다. 현재 XJ의 디자인은 앞선 기술력을 디자인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다.

1961년 출시한 마크10에 4개의 타원형 헤드램프 디자인을 적용하기 이전에는 싱글 헤드램프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4개의 타원형 헤드램프가 트랜드로 자리잡게 됐다. 어린 시절 내 아버지 친구분께서 마크10의 디자인에 대해 전통적인 재규어 디자인이랑 다르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4개의 헤드램프로 바뀐 것도 시대에 부흥에서 위해서였으며, 결국 새 디자인은 재규어의 아이덴티티로 대중들에게 각인이 됐다. 이번 바뀐 디자인도 새로운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한 것이다. 신형 XJ는 헤드램프 외에 전면 그릴에서 독보적인 차별성을 느낄 수 있다. 재규어만의 정체성과 일관적인 요소를 부여했다.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이러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안 칼럼, "재규어는 공학과 예술의 융합 산물"

"자동차 디자인에 있어 전통은 중요시하되, 너무 집착하면 올드한 느낌이 나게 마련이다. 자동차 디자인은 극단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과거 70~80년대 재규어 디자인은 많은 변화를 가져가지 않아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를 보면 재규어가 혁신적이고 젋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1954년 스코틀랜드 출생인 이안 칼럼은 영국 글래스고 예술학교에서 산업 디자인을 전공하고 영국 왕립 예술대학에서 자동차 디자인 석사과정을 밟았다. 포드 디자인 스튜디오를 거쳐 TWR 디자인의 수석 디자이너를 역임하고, 1999년 재규어에 수석 디자이너로 합류했다. 2014년에는 영국왕립디자이너협회로부터 자동차산업디자인 공로를 인정받아 최고 영예인 '미네르바 메달'을 수여 받았다.

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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