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국제오토쇼가 11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미시건주 디트로이트에서 펼쳐지고 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본고장답게 GM, FAC, 포드 등 빅3를 비롯해 토요타와 현대기아차, 닛산, 혼다,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스마트, 포르쉐, 볼보, 스바루, 마쓰다 등이 전시무대를 만들었다.

중국에 순위를 내주기는 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자동차 최대 시장이다. 연간 1,700만대가 팔리며, 그 가운데 대형 SUV와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이 어느 지역보다 치열한 곳이다. 물론 IHS에 따르면 고급차의 최대 시장은 서유럽이다. 지난 2014년 221만대가 판매돼 고급차 생산지의 자존심을 지켜냈다. 하지만 국가별로는 단연 미국이 200만대로 압도적이다. 서유럽 수많은 국가의 고급차 판매를 합쳐야 미국을 간신히 넘는 셈이다. 연간 2,500만대 시장인 중국이 떠오르지만 고급차는 180만대로 여전히 미국을 따라가지 못한다.

[르포]여유 넘치는 미국, 활개치는 고급차
[르포]여유 넘치는 미국, 활개치는 고급차

그렇다보니 올해 열린 북미국제오토쇼는 고급차가 넘실댄다. 캐딜락, 링컨,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BMW, 어큐라, 렉서스, 인피니티, 포르쉐 등이 새로운 제품으로 미국을 찾았다. 고급차 최대 시장을 놓칠 수 없는 만큼 미국을 향한 구애가 활발했다. 심지어 토요타는 미디어 행사 때 오로지 렉서스만 보이도록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현대차가 제네시스의 해외 런칭 첫 무대로 미국을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차피 국내보다 미국 수요가 월등히 많을 것이란 점에서 미국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지역인 데다 어깨를 견주려는 렉서스의 주 무대가 미국이란 점도 작용했다. 그래서 현대차 또한 첫날 컨퍼런스 무대를 온통 제네시스로 꾸몄다. 그 어디에도 '현대자동차'는 보이지 않았을 만큼 제네시스 공들이기 흔적이 역력했다.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발표를 할 만큼 제네시스는 현대차의 미래 생존의 열쇠가 맡겨진 제품이었던 셈이다.

[르포]여유 넘치는 미국, 활개치는 고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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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SUV도 예외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고급이라 자부하는 브랜드는 어느 곳 하나 예외 없이 SUV 또한 대형, 중형, 소형 등의 세분화 전략에 따른 신차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링컨과 포르쉐, 벤츠, BMW, 아우디, 렉서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떨어진 기름 값이 V6 또는 V8 등 대형 엔진의 연료비 부담을 줄였으니 제조사 입장에선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서 연간 200만대가 팔리는 픽업도 주목받는다. F-150으로 대표되는 포드와 닷지의 램(RAM), 쉐보레 실버라도를 포함해 GMC의 다양한 제품이 픽업을 사랑하는(?)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살려내는데 집중한다. 물론 토요타와 닛산, 혼다 또한 픽업 시장을 외면하지 않느다. 닛산이 타이탄 픽업 컨셉트를 주력 무대에 올린 것도, 혼다가 릿지라인 픽업 신제품을 내놓은 것도 연간 200만대가 넘는 픽업 시장을 결코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르포]여유 넘치는 미국, 활개치는 고급차

이렇듯 미국은 여전히 자동차회사에게 거대한 시장이자 성장을 위해선 도전해야 할 지역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아직 미국에 오지 않은 기업의 경영진도 오토쇼는 둘러보는 게 관행이다. 실제 미국 픽업 시장을 예의주시하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카를로스 곤 회장은 개막 이튿날 조용히 전시장을 다녀가기도 했다.

하지만 제 아무리 기름 값 부담이 떨어져도 미국이라고 친환경 흐름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효율보다 배출가스 규제가 심화되고 있어서다. 크라이슬러가 처음 공개한 미니밴 퍼시피카에 PHEV 시스템을 적용했고, 벤츠와 BMW, 포르쉐 또한 미국 시장에 PHEV를 들고 나왔다. 아우디와 볼보도 예외는 아니다. 어차피 미국도 점차 EV 시장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히는 PHEV의 대응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르포]여유 넘치는 미국, 활개치는 고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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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장이 이처럼 변화를 하다 보니 현대기아차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앞세워 고급차 경쟁을 선언했다. 지난해 미국 내 12%의 비중으로 높아진 고급차에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플래그십 G90를 시작으로 이미 준비된 G80, 그리고 주력이 될 중형급의 G70과 SUV 2종 및 쿠페 등을 향후 5년 이내에 갖추기로 했다. ‘제네시스’를 현대차와 분리 독립시킬 때 최소한 6개 제품은 준비돼야 독립 판매사를 영입할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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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기아차는 대형 SUV 시장에 적극 나선다. 오토쇼에 텔루라이드 컨셉트를 전시해 소비자 반응을 살피려는 것도 대형 SUV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현장에 참석한 기아차 이형근 부회장 또한 이런 의도는 숨기지 않는다.

픽업도 놓칠 수 없다. 현대차가 지난해 이곳에서 공개한 스포츠 픽업 싼타크루즈가 대표적이다. 양산 여부를 놓고 여러 해석이 오가지만 현대차로선 엘란트라, 쏘나타, 싼타페에 집중된 판매를 다양화하기 위해서라도 픽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게다가 연간 200만대에 이르는 픽업 시장이 저유가로 성장하는 것도 부담이다. 바꿔 말하면 양산하지 않는 것 자체가 현명하지 못한 판단으로 기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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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오토쇼는 미국차가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무대다. 한 때 너무 큰 차에 매달리다 고유가 직격탄을 맞으며 휘청거렸지만 미국은 여전히 자동차 강국이자 대국이다. 올해 오토쇼 무대가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줄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지만 미국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펼치려는 자동차회사들의 행보는 여전히 공격적이다. 걸음이 빠를수록 밥그릇도 커질 수 있어서다. 늦은감이 없지 않은 한국차의 첫 걸음도 이제 시작됐다. 남은 과제는 보폭을 늘리는 길 뿐이다.

디트로이트=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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