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웅 인코어드 대표(오른쪽 네 번째)와 직원들이 전력관리 솔루션 ‘겟잇’을 소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최종웅 인코어드 대표(오른쪽 네 번째)와 직원들이 전력관리 솔루션 ‘겟잇’을 소개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복층 아파트에 사는 주부 A씨는 지난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얼마 쓰지도 않은 것 같은데 고지서에 찍힌 금액은 23만원.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한 그는 한국전력에 전화해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따졌다. A씨의 전력사용량을 측정하기 위해 한전 직원이 파견됐고 두꺼비집에 전력관리 솔루션 기업인 인코어드가 개발한 전력계측장치 겟잇(GETIT)을 설치했다.

인코어드, 초단위로 전력측정 '전기먹는 하마' 잡는다
겟잇은 스마트폰으로 A씨 집에서 사용하는 전력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했다. 범인은 집 안에 있었다. 일단 대형 냉장고가 석 대나 있었다. 이 중 붙박이 형태로 설치된 월풀 냉장고는 같은 용량의 국산 제품보다 두 배 이상의 전력을 쓰고 있었다. A씨는 자신의 전력 사용 습관을 바꾸기로 했다. 월풀 냉장고를 없애고 인덕션 쿠커도 가스레인지로 바꿨다. 겟잇의 전력 데이터 덕분에 전기요금을 반으로 줄일 수 있었다.

○IoT 전력관리 장치 ‘겟잇’

겟잇은 가정의 전력 사용을 효과적으로 돕는 사물인터넷(IoT) 제품으로 두꺼비집에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다. 전력 사용량을 1초 단위로 측정해 와이파이 신호로 서버에 보내면 인코어드는 데이터를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보내준다. 최종웅 인코어드 대표는 “가전제품마다 흐르는 전류의 파형이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해 가전 제품별 전력량을 측정할 수 있는 에너지 지문 기술을 개발했다”며 “전력 사용 데이터에 기반해 고객별 맞춤형 처방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비정상 가동 중인 기기를 알리거나 가정의 누진세 적용 경고와 함께 대처 방안을 일러주는 식이다.

최 대표는 “습관을 고치는 것만으로도 전력 사용량을 평균 10~15% 절약할 수 있다”며 “겟잇을 선보인 지 석 달밖에 안 됐지만 매달 가입자가 두 배 이상 늘어 3000여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대기업 사장 자리 버리고 창업

최 대표는 LS산전에서 31년간 일하며 전력에너지 부문 사장까지 올랐다. 문제는 대기업의 특성상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 어렵다는 것. 지난해 그가 57세의 나이에 사장 자리를 버리고 인코어드를 창업한 이유다. 사명도 ‘한번 더’라는 뜻의 앙코르(encore)에서 따왔다. 인생 2막의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조롱도 받았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사장직도 버리고 하는 일이 겨우 스타트업이냐’며 비웃었다. 최 대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는 “이제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며 “늦었지만 꿈을 이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의 도전은 회사에 모인 우수한 인재들 덕분에 힘을 받고 있다. 벨연구소, IBM, LG CNS, 수리과학연구소 등 잘나가는 직장에 있던 우수 인력이 인코어드에 합류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2조4000억원에 인수한 가상현실 기기 오큘러스VR에 투자했던 포메이션8 등으로부터 650만달러(약 72억원)의 투자도 받았다.

○개인들의 전력거래소 만들 것

인코어드는 전력 분야의 세계 최대 빅데이터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의 속도대로 데이터를 쌓다 보면 내년에는 목표를 달성할 전망이다. 개인 간의 전력거래소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이미 정부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아낀 전력을 되파는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인코어드의 솔루션을 이용하면 태양열이나 풍력으로 개인이 생산한 전기를 사고파는 것도 가능해진다. 인코어드는 생활에너지 종합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미 80여개의 에너지 벤처를 모아 연합체를 구성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