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두번 우는 저축銀 피해자들
“검사만 세 번 바뀌었어요. 2년 만에 재수사를 한다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최근 검찰 조사를 받은 삼화저축은행의 후순위채 피해자 측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털어놨다. 검찰은 회사 경영 상황을 속여 후순위채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사기적 부정거래)로 삼화저축은행에 대해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저축은행합동수사단은 2011년 삼화저축은행의 전 대표 등을 분식 회계(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이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비슷한 상황이었던 부산, 제일, 토마토저축은행 등에 대한 수사에서는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로 기소해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피해자들은 지난해 재수사를 의뢰했지만 검찰은 또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결국 항고 끝에 재수사명령이 떨어지면서 최근에서야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피해자 측에서는 뒷북 수사라는 불만의 소리가 나온다. 재수사를 통해 추가 기소가 되더라도 이에 대한 피해를 구제 받기는 당초보다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자본시장법상 손해배상 특칙 규정의 소멸 시효(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낸 1주일 뒤부터 3년)가 이미 지나 추가 피해자들이 민사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입증 책임 등의 문제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인들의 지적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삼화저축은행 후순위채 투자자 24명은 은행과 대주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한 소송인단 관계자는 “회계 조작 혐의로만 기소가 된 탓에 손해배상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고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가 많다”며 “진작에 수사를 제대로 했더라면 훨씬 많은 사람이 피해를 구제받을 가능성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서울중앙지검은 “해묵은 경제 사건을 처리하겠다”며 선임검사(고검검사급) 중심의 중요경제범죄조사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다행이다. 이번 기회에 일선 검사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작업도 함께하길 바란다. ‘해묵은’ 사건을 줄이면 그만큼 피해자들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정소람 지식사회부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