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실장, 페이스북 팬 페이지 공식 오픈 기념 인터뷰

<한국경제>의 최고 스타 기자라고 하면 누굴까요? '광파리' 필명으로 유명한 김광현 IT전문기자와 스타트업 기업들을 꾸준히 소개해온 임원기 기자가 우선 떠오르는데요.

논란은 있겠지만 그래도 MBC <100분 토론> 등에 패널로 출연해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정규재 논설실장이 아닐까 합니다.

<한국경제> 페이스북 팬 페이지를 준비하면서 정규재 논설실장 인터뷰는 꼭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사실 그간 신문 사설과 신문사 논설실은 외부와 자유롭게 상호소통하거나 그 구성원이 쉽게 공개되지 않는 공간이었습니다. 독자와 소통하고 공감해야하는 사명을 지닌 팬 페이지 공간에서만큼은 신문사 논설실의 고민과 역할을 공개하고 한번쯤은 친절히 설명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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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한국경제 논설실은 '그 유명한' 정규재 논설위원이 선장을 맡고 있습니다. 왜 유명한지는 다들 아시죠?^^

정 논설실장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흔쾌히 허락하더군요. 페이스북에 ‘정규재 TV' 페이지를 개설하고 유튜브에 채널도 만들면서 '온라인' 대화방식에 많이 적응한 것 같았습니다.

<한국경제> 인터뷰룸에서 정 논설실장을 만났습니다. 어느 질문에도 막힘없이 소신을 피력했습니다.

정 실장이 “자유민주주의는 대중민주주의, 길거리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와는 상당히 성격이 다르다”면서 “자유민주주의는 숙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구성원과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강조하는 대목에선 ‘남 다른’ 느낌을 갖게 됐습니다.

물론 판단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겠지만요.

정 실장은 “TV 프로그램인 100분 토론이나 심야토론에서 싸우는 것을 보면 ‘정규재는 굉장히 터프하거나, 강성’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듯 하다”면서도 “알고 보면 굉장히 재미 있고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라고 강조하군요. 이어 “혹 (터프하고 강성인) 모습이 보이더라도 좀 귀엽게 봐 달라”며 함박 웃음을 지을 때엔 상당한 '내공'이 느껴지더군요.

요즘 넘쳐나는 일명 ‘청춘 멘토’들을 겨냥한 우회적인 비판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청춘 멘토들 자신은 마치 인생을 예정된 순서대로, 창의적 이타적으로, 사회에 부채의식을 가지고 처음부터 봉사의 삶을 설계해 살아온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이는 모두 ‘거짓말’이다"라고 지적할 때가 인터뷰의 클라이막스였습니다.

다음은 정규재 논설실장과 나눈 인터뷰 전문입니다.





Q. <한국경제> 페이스북 팬 페이지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요즘 이 시대가 정치 과잉, 그리고 큰 전환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전환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오류와 오해, 그리고 일반인들의 잘못된 정보, 극단적인 경우에는 거짓이 난무하는 시대입니다.

그래서 <한국경제>에서 발신되는 모든 정보는 이런 어둠을 거둬내는 밝은 빛, 진실, 그리고 사실에 입각한 정보가 <한국경제>에서 발원할 수 있도록 기대하고 모체가 되길 바랍니다.

Q. 기자직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소신을 들려주십시오.
A. 내 기자 소신은 사실이 인도하는 대로 간다는 것입니다. 어떤 사실을 사실로 포착하는 것은 주관적이지만 끊임없이 사실과 상호작용해야한다는게 소신입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무엇을 주장할지에 대한 콘텐츠를 공부하기 전에 주장하는 행위에 대한 매력을 먼저 느끼는 듯 합니다.

텍스트 기반 기자이든, 방송 매체 기자이든, 이미지 중심 논리를 만드는 기자이든지 간에 텍스트 해독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설사 이미지나 영상 전문기자가 되고 싶다더라도 기본적인 논리구조는 텍스트의 힘이고, 그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됩니다.

기자가 되고 싶은 후배라면 엄청난 독서량에 도전해야 합니다. 독서량이 풍부해진 다음에야 사실을 포착할 능력이 생깁니다, 세상 모든 것이 기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텍스트를 읽는 능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Q. TV토론 등에서 보여진 정 위원은 ‘보수의 아이콘’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사설 논조도 보수적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A. 보수란 말은 많은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나 저의 논조는 기본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정치시스템이라는 가치 속에서 지키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대중민주주의, 길거리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와는 상당히 성격이 다릅니다.

<한국경제>가 약간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나는 꼼수다’를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자유민주주의는 숙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구성원과 유권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숙고할 능력 배양을 게을리하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기조로 하는 이념은 자유시장주의입니다. 시장의 경쟁이 공정한 사회질서를 만들어낸다는 게 기본 철학입니다. 사람들은 공정한 분배시스템이 시장경제 시스템과 상극이거나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걸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 지적 수련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 해가 떴다는 말의 진실은 해가 뜬 게 아니라 지구가 한 바퀴를 돈 겁니다. 그래서 천동설 주의와 지동설 주의가 있습니다. 시장경제 시스템은 천동설 주의자가 지동설을 가르쳐주는 것만큼 설명하기 힘듭니다. 천동설이 아니라 지동설임을 깨닫는 데에 나름 교육이 필요하듯 시장경제 시스템이 개인과 집단을 어떻게 공정하게 만들어가는지 알기 위해서는 약간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노력이 결여되면 시장이 공정한 정치시스템과 괴리됐다거나, 시장이 불공정한 시스템을 만들어낸다는 오해와 정치적 오염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한국경제>는 일종의 무지의 확산을 막아야하는 사명을 띄고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지향하는 가치가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고 선진사회로 이끌 수 있고, 시장이란 모든 사람을 잘 살게 하는 가장 강력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논조는 유지해야하고 그것이 제 사명이기도 합니다.

제가 TV방송 '백분토론'이나 '심야토론'에서 싸우는 것을 보면 ‘정규재 실장은 굉장히 터프하거나, 강성이다’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알고보면 굉장히 재미 있고 부드럽고 웃긴 성격의 사람입니다. 자전거 타고 속초까지 달려가고 전국 산에 등산가는 걸 좋아합니다.

요즘은 정치인이 (토론장에) 나와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그럴듯하게 합니다. 제한된 시간 내에서 정치인들은 정치선전을 퍼부어 놓고 도망을 가버립니다. 제대로 이야기할 시간이 없어 좀 짜증이 납니다. 혹 그런 모습이 또 보이더라도 좀 귀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웃음)

Q. 요즘 사설해설 동영상도 찍어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십니다. 신문사 논설위원들의 하루는 어떻습니까?

A. 논설위원들의 일과는 신문사의 논조를 정하고 신문사의 당론을 정하는 것입니다. 다양한 사회문제에 논평을 내고 우리의 주장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을 토론으로 보냅니다. 소위 집단지성의 프로세스로 사설을 만들게 됩니다.

가능하면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수 있는 재미있는 사설을 쓰려 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사설을 읽는 (독자) 비율이 좀 줄어들었는데 지금은 고정 팬이 많이 늘었습니다. 제가 맡은 이후 (논설을) 발랄하고, 시쳇말로 꼰대처럼은 쓰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즐겁게 정보를 담아 재미있게 쓰려고 합니다.


그 연장 선상에서 보면 젊은 독자들은 텍스트보다 영상을 좋아합니다. 지면 제약없이 영상으로 사설 정보를 제공하는 ‘정규재TV’를 그래서 만들게 됐습니다. 아직 채 3개월이 안됐는데 인기가 폭발적입니다. 유튜브 조회수가 17만건 정도입니다. 제가 알기로 '소녀시대', '시스타' 몇몇 공연 제외하면 독보적인 클릭수이지 않나 싶습니다. 교양 영상으로 이 정도 페이지뷰가 나오는 게 저로서는 ‘조용한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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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잘되면 누구나 시장경제를 공부할 수 있는 거대한 센터가 될거라 기대합니다. 강력한 또 하나의 매체, 발전소, 센터, 올바른 논리가 생산되고 누구나 토론하는 공간이 되길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빨리 가입하시길 바랍니다.

Q. 청춘 세대에 대한 걱정과 담론이 많은 요즘입니다. 인생 선배로서 힘이 되는 조언 들려 주십시오.
A. 요즘 청춘 멘토라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얼마 전 멘토 동영상들을 보니 가짜도 많더군요. 마치 자신은 인생을 예정된 순서대로 창의적으로 이타적으로, 사회에 대한 부채의식을 가지고 처음부터 봉사의 삶을 설계해 살아온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예전에는 일자리가 많았는데 지금은 없다고 거짓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실제 인생이 예정돼 있으면 누가 두려워하고 서성이고 불안해 하겠습니까. 청춘이 청춘인 이유는 아무것도 아니기에 괴로운 겁니다. 지식도 짧고, 내가 뭘 할지도 모르고, 심지어 대학교 4학년생이 자기 적성이 뭔지, 전공이 제대로 됐는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저 자신도 모릅니다. 나 역시 50 후반 나이에, 내 적성에 맞는 일을 해왔는지 돌이켜보면 나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모르겠는데 젊은 친구들 어떻게 알겠습니까? 모르는게 정상입니다.

모르고 불안해서 초조한게 자연 상태입니다. 이걸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안됩니다. 청춘은 원래 그렇습니다. 불안함, 미확정성, 두려움 이런 것들은 나이가 들어도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입니다. 마치 이런 것이 해소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류는 다 거짓말입니다. 마치 출세한 사람이 자기 옛날 자랑처럼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청춘이 태산같이 우러러보는 부모들도 같은 고민을 합니다. 그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지 굳이 청춘만이 가진 고민은 아닙니다만 청춘기에 그 불안이 더 심합니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넘어설 수 있습니다. 자기 불안을 과장되게 인식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편안하고 담대하게 인식하고 굳건한 생각을 가지는 것이 좋은 청춘기와 좋은 30대 40대로 진입하는 에너지와 힘이 될 것입니다.

* 정규재 논설실장(이사, 55)은 논설위원, 경제부장, 편집국 부국장, (주)에듀한경 대표이사, 경제교육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2001년에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주식이야기>, <기업 최후의 전쟁>, <주식 살 때와 팔 때> 등이 있다.

최진순, 김민성 기자 soon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