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와 주식시장을 큰 흐름에서 보면 당시 많은 전문가들의 비관적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의 길로 가고 있다. 아직 작년 하반기 폭락에 대한 공포가 투자자의 심리 속에 남아 있긴 하지만 시장은 그런 두려움을 잊은 듯 보인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는 연말 기준으로 11%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선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작년엔 중국의 높은 물가에 따른 긴축 우려,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 등으로 더블딥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불확실성과 위험에 대한 할인이 반영된 시장흐름이었다. 올 들어선 그런 위험요인들이 완화되거나 해소되고 있다. 미국은 신뢰할 만한 경기회복 흐름을 타고 있고 중국은 물가가 안정되면서 긴축을 순차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유로존 리스크는 과거 미국의 금융위기처럼 순차적 해결 과정에 들어선 것 같다. 아마도 10년 주기로 나타날 수 있는 큰 위기는 실체가 다 드러났거나 이미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주가상승 추세 진입

일반 투자자들은 아직 2008년 이후 나타난 글로벌 위기와 그로 인한 주가 하락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강력하고 일관된 경기부양 처방, 즉 과잉유동성 공급의 약발이 듣기 시작한 것 같다. 경기주기적 측면에서도 2007년 말 전 세계적 경기호황이 정점을 찍고 하강 추세에 접어든 지도 벌써 5년째가 된다. 더 나빠질 가능성보다는 회복될 확률이 훨씬 높다는 얘기다.

중국을 비롯한 인도 아프리카 등 새로운 신흥시장의 30억명 인구가 경제성장을 통한 부(富)의 창출구조에 편입되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은 이제 ‘세계의 시장’이 된 지 오래다. 2020년이 되면 중국 소비는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일본이 미국, 유럽의 소비 붐 덕으로 선진국에 진입했듯이 한국은 중국이라는 세계의 시장을 등에 업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진입할 날이 머지 않았다.

대내적 요인을 보더라도 주가를 결정하는 실질적 바로미터인 상장기업 순이익이 100조원 시대에 접어든 지도 3년째다. 장기적 저금리와 고령화에 따른 노후 불안, 부동산시장의 구조적 변화 등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잠재적 재테크 수요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2000선 내외의 주가는 결코 높지 않은 수준이다. 내재가치 면에서 봐도 2300선 정도는 경기회복 기대감만으로도 향후 1년 내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주가는 대외적인 불확실 요인에 의해 단기적 기복이 전혀 없진 않겠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상승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성장 추세 과실, 펀드투자로 누리자

지금까지 거시적이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변화한 투자환경과 시장전망에 대해 짚어봤다. 증권 투자를 통한 재테크를 잘 하려면 단기적인 주가 예측에 의존하기보다는 중장기적 시각에서 투자환경의 큰 흐름과 변화의 핵심을 읽고 접근해야 투자의 승률을 높일 수 있다.

그런데 투자를 잘 하려면 투자환경을 읽는 것 못지않게 고려해야 할 중요한 것이 또 있다. 증권시장은 인간의 욕심과 두려움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곳이다. 많은 투자전문가들이 노력과 시간을 쏟아 경제와 시장을 전망하고 그것을 참고해 투자하지만 결과는 늘 똑같다. 재산을 늘린 투자자보다 손실을 본 투자자가 훨씬 많다. 그 이유는 예측이 맞을 확률도 낮지만 투자행위가 심리적 요인에 의해 지배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들이 먼저 고려해야 될 사항은 예측과 전망보다는 투자의 속성을 이해하고 일정한 원칙을 충실히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첫 단추는 먼저 직접투자가 어렵고 승률이 낮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투자에 필요한 품성과 지식, 자기만의 원칙을 갖춰야 되는데 현실적으로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변화무쌍한 주식시장에서 예측에 의존해 좋은 투자성과를 거둘 확률은 매우 낮다.

일반인들에겐 직접투자보다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가 훨씬 수익을 거둘 확률이 높다. 펀드투자는 직접투자의 어려움을 보완하고 위험을 완화해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한 상승 추세를 보일 것이다. 과거 추세로 미뤄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에 달하면 주가는 최소 3000포인트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펀드투자는 위험이 높은 주식시장에 직접 뛰어들지 않고 경제성장의 과실을 누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인 셈이다.

○적립식펀드로 장기투자 바람직

펀드투자의 올바른 요령과 원칙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자. 먼저 펀드투자의 본질은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덜 위험하고 통계적으로 손실의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펀드투자로 손실을 보는 경우도 많았다. 펀드투자 실패의 주요인은 주가가 달아오른 다음에 펀드에 가입해서다.

지나고 보면 항상 주식시장 상승 마무리 국면에서 많은 자금이 몰렸다. 과거에도 그랬고 2007년 말, 지난해 초에도 펀드투자는 주가상승에 후행하는 패턴을 되풀이했다. 그 결과 대다수 펀드투자자들이 느끼는 행복의 시간은 짧고 손실을 안고 있는 고통의 시간은 길 수밖에 없었다. 유명한 경제저널리스트 팀 하퍼드는 투자가가 범하기 쉬운 최악의 행동유형 중 하나로 시장가격이 최고일 때 사서 최저일 때 파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훌륭한 펀드를 선택하는 것도 어렵지만 주가가 높을 때 투자하면 좋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올바른 펀드투자의 첫째 원칙은 시간분산이다. 가장 좋은 타이밍을 꼭 집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나눠서 싸게 사야 한다. 예측하기 어려운 시장변동에 대응해 펀드 매수시점을 분산하는 것만큼 합리적인 투자전략은 없다. 시간분산 투자의 가장 진화된 방법은 적립식 펀드투자다.

과거 국내 주요 주식형펀드 투자성과를 보면 적립식 펀드투자가 수익률 방어에 효과적이라는 것이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적립식투자 수익률은 환매시점의 주가에 의해 결정된다. 주가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라면 굳이 펀드가입 시점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적립식펀드 투자의 장점이다.

두 번째 원칙으로 장기투자를 강조하고 싶다. 통계적 분석에 의하면 장기일수록 투자 성공확률이 높아지고 5년 이상 투자는 변동성 위험을 90% 이상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 펀드투자의 고려사항은 과거 성과를 과대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 수익률이 좋은 펀드에 뒤늦게 많은 자금이 몰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일종의 수익률에 후행하는 투자패턴이다.

요약하면 투자환경이 변화하는 시대에 바람직한 투자대안으로서 펀드투자가 유효한 수단이라고 언급했지만 중요한 것은 장기적으로 시장을 낙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다리는 투자자가 돈을 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가 성장하는 한 주가도 상승할 것이다. 펀드투자는 성장의 열차에 가장 안정적으로 승차하는 수단이다.

박종규 <유리자산운용 사장 jgpark@yurieass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