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온 손님에 온정성 쏟았더니…미슐랭 ★★★"
“미슐랭 가이드(세계 최고 레스토랑 평가 잡지)는 신경쓰지 마십시오.”

일본 전통 가이세키 요리(정식 코스요리) 전문점 ‘깃초’.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초청으로 최근 방한한 도쿠오카 구니오 깃초 사장 겸 총주방장(52·사진)은 ‘미슐랭 스타’를 얻게 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도쿠오카 사장이 일본 교토에서 운영하는 ‘깃초 아라시야마’와 ‘깃초 하나’는 미슐랭가이드로부터 각각 3개와 1개의 별점을 받았다. 그는 “미슐랭 사람들이 다녀갔는지도 몰랐다”며 “미슐랭이 아니라 식당을 찾은 손님에게 온 신경을 쏟는 것이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전했다.

할리우드 스타들도 찾는 세계적인 식당의 요리사인 그는 학창시절에는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이었다. 시험점수에 따라 체벌을 일삼는 교사 탓에 고교를 자퇴한 반항아이기도 했다. 다시 학교로 돌아갔지만 가업(요리)을 잇기를 바라는 가족의 기대가 부담스러워 절에 들어간 적도 있다. 도쿠오카 사장은 “절에서 생활하면서 내가 요리를 해야 주변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이왕 하는 거 세계 최고가 되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의 나이 20세 때였다.

절에서 나오자마자 할아버지가 1930년 문을 연 깃초에서 주방일을 시작했다. 도쿠오카 사장은 15년 만에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깃초 레스토랑의 3대 총주방장에 올랐다. 2009년에는 깃초의 경영을 담당하는 사장이 됐다. 깃초가 미슐랭 별점을 받은 것도 그가 사장이 된 해의 일이다.

깃초에서는 최고급 재료를 쓰는 것은 물론, 손님마다 다른 코스요리가 제공된다. 예약할 때 요구사항을 말해두면 음식 준비에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깃초 아라시야마 메뉴는 70만원에 이르는 고가지만, 7개 별실(100석 규모)은 항상 자리가 찬다. 도쿠오카 사장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프라이드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흐름과 손님의 요구에 따라 요리를 대접하는 게 철칙”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7개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도쿠오카 사장은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도 강조한다. 그는 “깃초만의 컨셉트를 잊지 않도록 월 1회 회의와 시식회 등 현장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는 음식뿐 아니라 직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수준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상 깃초가 또 하나의 방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손님을 대접하려고 합니다. 별점과 관계 없이 이 원칙에는 변함이 없어요. 지역 농민들이 재배한 좋은 재료를 골라 만든 음식을 손님이 먹고 즐거워할 때 가장 기쁘기 때문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