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클러스터'가 뛴다] (17) 반월·시화 '청정표면처리', 미크론 단위 미세패턴까지 도금·열처리
"열처리를 끝내고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표면을 확대해 보면 기술력 차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요. 현무암처럼 알루미늄 표면에 있는 미세구멍이 살 오르듯 막혀야만 부식되지 않는 튼튼한 알루미늄 제품이 됩니다. "

조재승 제이스 대표는 22일 반월공단을 찾은 기자에게 뾰족한 송곳으로 열처리를 마친 알루미늄 제품을 그어 보이면서 이같이 말했다. 송곳이 지나간 자리에는 자국이 남았지만 균열이 생기거나 표면이 벗겨지지 않았다. 그 비법은 알루미늄 표면처리 방식 중 하나인 '아노다이징'을 썼기 때문.제이스는 전기 · 화학반응을 이용해 알루미늄 표면에 산화물 도장을 입히는 아노다이징 전문업체다.

이 업체는 2005년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청정표면처리 미니클러스터(미클)에 참여하면서 기술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2007년엔 '알루미늄 합금압출 6063'의 아노다이징 공법을 개발했다. 조 대표는 "알루미늄 소재는 티타늄 등 다른 소재에 비해 가격이 싸고 가볍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다"며 "당시 알루미늄 아노다이징이 시장에서 충분히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매출이 30억원인 중소기업이 연구 · 개발(R&D) 자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미클의 도움으로 2006년부터 1년간 9500만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는 "아노다이징 기술을 개발한 이후 성장세를 타게 됐다"며 "올해엔 '알루미늄 합금압출 6063'의 아노다이징 관련 매출만 20%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최근엔 1억1600만원의 R&D자금을 지원받아 반도체 검사장비에 들어가는 '프루브칩' 열처리 기술을 개발했다.

2005년 출범한 청정표면처리 미클엔 현재 70여개의 열처리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흔히 도금이나 열처리는 더럽고(dirty) 어렵고(difficult) 위험한(dangerous) 3D업종보다도 더 상황이 안 좋다는 의미로 33D라고 불린다"며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미클을 통해 정보 네트워크와 인맥을 구축하면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엔엔피 역시 미클 덕분에 기술개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는 열처리 업체다. 이 업체는 미크론(㎛ · 1/1000㎜) 단위의 미세패턴을 열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다. 최근 '미세패턴 투명전극 매립형 필름 제조기술' '미세패턴과 전주도금에 의한 전해금속박막 제조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석희 엔엔피 상무는 "0.8㎛(800㎚)까지 열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업체는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며 "이는 지난 3년간 매출의 10% 이상을 꾸준히 R&D에 투자한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이 업체는 '미세패턴 투명전극 매립형 필름 제조기술'로 지식경제부가 지원하는 10대 핵심소재 사업단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상무는 "앞으로 이 미세패턴 열처리 기술을 응용하면 매출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산=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