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밀한 관계와 느슨한 관계 중 어떤 관계가 더 좋습니까.

이런 질문을 던지면 누구나 긴밀한 관계가 좋다고 응답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디어의 다양성 관점에서 보면 긴밀한 관계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긴밀한 관계는 소통이 용이하고 협업을 원활하게 만드는 장점을 갖고 있지만,교환되는 정보가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다소 느슨하더라도 다양한 관계가 새로운 아이디어의 획득을 위해서는 더 유용하다. 이렇게 느슨한 관계를 두루두루 뻗쳐나가면서 영역을 넓히는 경영방식이 '마당발 경영'이다.

마당발 경영은 관계의 질(質)보다는 관계의 양(量)을 중시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혁신의 시작인 아이디어의 다양성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다. 실제 P&G, 구글, 애플 등의 글로벌 기업은 다양한 관계망(網)을 기반으로 기존 경쟁의 틀을 뛰어넘는 혁신을 창출하고 있다.

마당발 경영을 실제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비공식 채널의 활성화 △부문 간 쇼트컷(shortcut · 공식 결재라인을 벗어난 부서 간 의사소통)의 생성 △임직원의 외부활동 장려△이종(異種) 간 네트워크 강화 등 4가지 방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첫째,비공식 채널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경로 및 수단을 다양화하고 자연스러운 소통을 고려한 공간 배치가 필요하다. IBM은 비공식 채널을 활성화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IBM의 온라인 플랫폼인 사내 위키에서는 3만개 이상의 개인 또는 그룹이 자발적으로 지식공유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임직원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식당 중앙에 회의실을 만들었고,우편함도 귀퉁이가 아닌 넓은 홀의 가운데에 설치했다.

둘째,부문 간 쇼트컷을 만들기 위해서는 순환근무제도 · 모범사례 교류회 · 부서 간 공동교육 등이 필요하다. 구글 엘리릴리 등은 순환근무제를 활용해 부서 간 장벽을 낮추고 다양한 관점의 아이디어가 통합되도록 하고 있다. P&G는 '혁신 체육관(innovation gymnasium)'이라는 제도를 통해 여러 부서의 조직원들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셋째,기업 외부와의 능동적인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학회나 사내 동아리 활동을 장려하고 블로그와 트위터 온라인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특히 마케팅과 연구 · 개발(R&D) 부서의 임직원들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사회적 매체(social media)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매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파악되는 고객 불만 사례나 고객과의 질의응답 내용은 혁신의 밑거름이 된다. 고객들로부터 신제품 개발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델은 트위터를 통해 157만명의 팔로어(follower)를 확보하고 있고,사우스웨스트항공도 103만명의 팔로어로부터 아이디어와 정보를 얻고 있다.

넷째,이종 업체의 기술과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탐색 전담팀을 설립하는 것이 좋다. P&G의 C&D(connect & development)팀이 대표적인 사례다. P&G는 세계적으로 파트너 탐색을 전담하는 전문가 70명이 상시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지금까지 1000건 이상의 기술을 외부로부터 받아들여 내부 혁신에 응용했다.

'마당발 경영'은 개방성과 상호 호혜성이 전제됐을 때 가능하다. 이미 형성돼 있는 관계에 의존하기보다 새로운 관계를 구축, 혁신의 원천을 다양화하는 것이 마당발 경영이다. 또한 아이디어는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상호 주고받는 관계가 됐을 때 더욱 풍부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P&G는 내부에서 개발한 기술도 다른 기업에 전수해 주면서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윤영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