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은 중소기업진흥공단과 공동으로 우수한 아이디어로 사업화에 성공한 기업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중진공은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시제품 제작 및 마케팅 비용이 없어 애로를 겪는 예비 창업자나 창업 3년 이내 기업에 최고 500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신생 벤처기업 트라이스의 이소현 대표(36)는 내달 찾아올 독일의 한 의료기기 업체 일행을 맞기 위한 준비에 바쁘다. 지난 1년간 갖은 고생을 하며 누적 스트레스와 혈관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치료까지 할 수 있는 의료기기(모델 SV-209)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이들이 수출 계약을 위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방문자들은 6,7명의 연구원 의사 등으로 구성되는데 제품디자인 납품시기 수출물량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한다"고 말했다.

해외 무역 인력이 한 명도 없는 트라이스는 제품을 개발한 지난 1월 혹시나 하고 알리바바닷컴 EC21 등 무역사이트에 제품을 소개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2주일 뒤 독일의 의료기기 업체에서 샘플을 요청하는 한 통의 회신이 날아왔다. 하지만 샘플을 만들 돈이 없었던 이 대표는 급한 대로 시스템을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와 측정센서만 보냈다. 비록 예쁘게 디자인한 케이스는 없지만 시스템만이라도 작동해봐 달라는 차원에서였다. 물론 시제품을 보내지 못한 사연도 동봉했다.

"사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면 성의 없는 행동이잖아요. 제대로 된 샘플도 못 보낼 정도로 형편 없는 업체가 사기 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수백만원이 드는 샘플 제작 비용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어요. 기술력을 인정해 주기만 기대했죠."

그런데 지난 3월 중순 "트라이스 제품을 구매하겠다"며 구체적인 협약을 위해 5월 중 방문하겠다는 답장이 날아왔다. 스트레스 측정은 물론 치료까지 가능한 데다 혈관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만화캐릭터를 이용한 화면 구성으로 환자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트라이스 제품이 처음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이 대표는 "유럽에서는 특히 게임중독자 등 스트레스를 앓고 있는 환자들이 많아 유럽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독일 업체 측이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측정 후 음악을 들려주거나 미세 전류를 보내 뇌에서 알파파가 나오도록 하고 모니터를 보면서 적절한 체조를 하게 함으로써 안정감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치료에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직원 4명,자본금 5000만원에 2008년 6월 설립된 트라이스는 지난 3월 말 케이스 디자인을 끝내면서 제품을 완성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측정센서 높이를 맞추는 게 또 다른 고비였다. 8개월 동안 제품을 들고 병의원을 찾아다니며 방문객을 대상으로 테스트했다. 누구나 측정할 수 있도록 서거나 앉았을 때 편안하고 측정 중 손떨림 현상이 없는 높이를 찾아야 했다. 열 번 이상 디자인을 바꾸면서 114㎝로 높이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렇게 케이스 디자인을 부수고 만드는 과정에서 자금은 바닥이 났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곳이 중소기업진흥공단.이 회사는 지난해 7월 중진공의 아이디어상업화 지원대상자로 선정돼 5000만원을 받았다. 이 자금으로 샘플을 만들고 최근 국내 병원과 기업체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또 관공서 대기업 병원으로부터 주문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는 것.특히 해외에서 관심을 가져 태국에 샘플을 보내 뷰티숍과 병원 보건소에서 환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의 한 의료기기 전문업체와 손잡고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초슬림형 저가용 제품을 내년 상반기 수출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기존의 대형 병원에 공급돼 스트레스만 측정해주는 기기도 수천만원대의 고가 장비인데 우리가 내놓은 기기는 측정과 치료까지 해주는 데다 무게 25㎏의 슬림형으로 가격도 500만원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20억원.

이 대표는 2006년부터 2년간 일본에서 국내 신생 의료기기 업체의 지사장을 맡은 게 인연이 돼 의료기기업체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이기우 중진공 이사장은 "신기술 아이디어로 시장을 개척하려는 기업에 지원하는 아이디어 상업화 지원사업에 트라이스가 개발한 의료기기는 융합 · 혁신이라는 성공 모델을 보여줘 지원했는데 성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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