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무파업 잠정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23일 실시되는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합의안이 가결될 경우 현대차는 15년 만에 무파업 타결(妥結) 기록을 세우게 된다. 특히 올해는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해 회사 역사상 처음으로 기본급을 올리지 않는 임금동결에까지 합의해 더욱 주목을 끈다.

물론 이번 합의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4월24일 상견례를 갖고 본격 교섭을 시작했지만 지난 6월 노조집행부가 노 · 노 갈등 때문에 사퇴하고 임단협도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또 합리적 노선의 새 집행부가 들어선 뒤 5개월여 만인 지난달 17일에야 임단협이 재개됐고 임금동결안 때문에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갈등과 대립, 파업을 반복하는 것은 노사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15년 만의 무분규 타결에 이르게 됐다.

노조는 파업을 하지 않고 임금동결에도 합의했지만 짭짤한 실리를 챙겼다. 성과급 300% 및 200만원, 경영실적증진 격려금 200만원, 무분규타결 관련 일시금 100만원 및 무상주 40주 지급 등은 설령 파업을 해도 얻기 어려운 성과다. 조합원 실리와 권익 향상에 초점을 둔 전략이 맞아떨어진 셈이다. 회사측도 합리적 집행부를 배려해 최대한 양보함으로써 파업 등으로 인한 생산차질을 막는데 성공했다. 노와 사가 함께 윈-윈했다는 이야기다.

이번 합의는 노동계의 올 동투(冬鬪)가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갖게 한다. 현대차노조야말로 우리나라 최고의 강성 노조로 꼽혀왔던 게 현실이고 보면 무리한 투쟁을 지양하고 노사상생 노선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그렇지 않아도 복수노조 전임자 무임금 문제 등을 둘러싸고 총파업 위협이 난무하는 등 노동계가 어지럽기 짝이 없는 상황이어서 한층 의미가 크다.

과격 노동운동이 우리 기업들과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최대 걸림돌이라는 사실은 한두 번 지적돼온 문제가 아니다. 이번의 무분규 타결은 현대차는 물론 노동계 전체에 합리적 운동노선이 뿌리내리는 기폭제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