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은 등불을 전구로 대체해 인류의 밤을 밝혔다. 당시 '전구'를 개발하고 있었던 사람은 에디슨 외에도 수십 명이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가 등불을 버리고 전구를 선택하도록 싸고 편리한 '시스템'을 고민한 사람은 에디슨뿐이었다. 그는 '전구' 자체가 아닌 경쟁력 있는 '전력 네트워크'가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발전기,전기 계량기,송전선 등을 고안했다. 자신의 명성을 활용해 필요한 허가도 받아냈다. 그는 새로운 기술만 보지 않고 전체를 조망함으로써 혁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본 것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녹색 성장' 관련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 새로운 기술에만 집착한다면 실패를 면하기 어렵다. 성공을 위해 '기반 기술','수익 모델','신중한 시장 선택','우호적인 규제환경'의 네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는 '베터플레이스(Better Place)'란 회사가 이런 시스템적 접근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2007년 1월 이스라엘 정부의 지원을 받고,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조성한 10억달러의 펀드를 기반으로 설립된 베터플레이스는 전기자동차 관련 기반 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베터플레이스의 목표는 '간편하고 안정적인 연료 충전과 값싼 전기차 공급'이다. 19세기에 개발된 전기자동차가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가 휘발유 자동차에 비해 비싸고 불편했기 때문이라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회사는 먼저 전기차 충전시간이 오래 걸리며 충전소가 많지 않아 장거리 여행이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자동차와 배터리를 분리해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된 것으로 교체할 수 있는 자동 교체센터를 고안했다. 또 집이나 직장 주위에서 주차 중에 충전할 수 있는 충전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배터리 수명을 파악해 방전되기 전에 충전소나 교체센터로 안내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도 만들었다.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자동차 대신 전기를 판매하는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자동차는 저렴한 가격이나 무상으로 공급하고 대신 전기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것이다. 전기 자체의 가격은 휘발유보다 훨씬 저렴해 전기 가격을 휘발유 가격에 맞추거나 약간 낮은 가격에 판매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출시 시장은 전략적으로 결정했다. 이스라엘 출신이자 미국 시민권자인 베터플레이스 설립자 사이 애거시는 이스라엘에 주목했다. 영토가 좁아 운전자 가운데 장거리 주행을 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가장 큰 단점이 한번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짧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들은 하나의 기업이 어떤 식으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세상을 바꾸는 기업은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에 집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조미나 상무 · 윤혜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