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겨울세일 중인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찾은 주부 양선혜씨(36).아이 부츠와 남편 셔츠,반찬거리 등을 산 후 받은 영수증만 5개다. 예전 같으면 영수증들을 지갑에 접어 넣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번엔 그런 수고가 줄어들었다. 영수증 길이가 눈에 띄게 짧아졌기 때문이다. 양씨는 "예전엔 영수증이 길어 지갑에 넣지 않고 주머니나 쇼핑백에 넣어뒀다가 잃어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이젠 주차요금 정산 때 영수증을 보여주기에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이 영수증 크기를 종전보다 3분의 1가량 줄여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1월 초부터 영수증 '기본길이'(1개 품목 구매 기준)를 14.5㎝로 축소해 발행하고 있다. 종전 길이는 20.5㎝로 롯데백화점(19㎝) 신세계(16㎝)보다 길었다. 영수증의 폭은 5.7㎝로 백화점 3사가 똑같다.

백성혜 고객서비스팀장은 "그동안 영수증이 길어 지갑에 접어 넣어야 했고 영수증이 많아지면 지갑이 두꺼워져 불편하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영수증 길이를 최소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영수증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불필요한 문구를 삭제하고 교환 · 환불 안내 문구는 종전 14줄에서 7줄로 줄였다. 다만 상품가격,연락처 등의 가독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글자 크기나 행 간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백 팀장은 "영수증 뒷면에 공정위가 권고하는 할부거래계약서,철회 · 항변요청서 등 기재사항을 넣어야 하고 어느 정도 가독성을 유지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14.5㎝'는 줄일 수 있는 최소 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영수증 크기 축소로 종이 사용량이 연간 4.8t 감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액으론 6000만원 정도이지만 펄프 사용량으로 환산하면 30년산 원목을 연간 400그루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