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과 협력업체에 갑(甲)과 을(乙)은 따로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입니다. "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최근 경북 구미 지역의 협력업체를 찾아 "올해는 코오롱과 협력업체가 위기의 파고를 넘어 상생 성장하는 '윈-윈 커뮤니티'의 원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회사가 지속적인 성장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선 협력업체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공동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회장의 '윈-윈 커뮤니티 선언'은 지난해 노사화합 경영을 뛰어 넘어 사업장과 협력 업체의 상생협력을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코오롱과 협력업체가 너나 할 것 없이 열정과 열의로 이 현장을 채운다면 앞으로 코오롱과 지역 경제의 발전은 여러분에 의해 그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협력은 이미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협력업체들이 코오롱이 전사적으로 펼치고 있는 '변화혁신(operational improvement)' 활동에 참여,원가 절감 및 품질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등 생산 현장의 안전과 품질경영에 기여하고 있다.

코오롱은 협력업체를 넘어 경쟁사와의 상생경영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코오롱은 작년 6월 경쟁사인 SKC와 첨단 전자소재 합작회사인 'SKC코오롱 PI(폴리이미드)'를 설립했다. 양사는 PI 필름 사업부를 각각 분사,50 대 50의 지분투자로 합작사를 세웠다.

코오롱과 SKC의 합작사 운영은 국내 전자소재기업 간 대표적인 상생협력사례로 꼽히고 있다. 양사가 PI시장에 진입한 2005년에는 일본 업체인 가네카 도레이듀폰 등이 세계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었다. 선두업체와의 시장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규모의 경제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두 회사의 손을 잡게 만든 것이다. 코오롱은 합작을 통해 당초 300여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던 PI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양사가 보유하고 있던 기술과 마케팅 기술 등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PI필름 분야에서 세계 3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PI 필름은 내열 · 내한성이 우수해 연성인쇄회로기판과 반도체,항공우주용 소재 등에 폭넓게 활용된다. 2007년 기준으로 세계시장 규모는 1조1000억원에 달한다. IT(정보기술)기기의 소형화,경량화 추세에 맞춰 시장규모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협력업체들과의 적극적인 협력과 기술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며 "앞으로도 협력업체는 물론 동종 기업 간 상생협력 사업 발굴에 앞장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