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패션 브랜드와 한국의 전통 보자기가 만나 한 · 일 간 패션 화합의 장을 선보일 것입니다. "

10일 서울 신사동 일모 행사장에서 개막된 일본 럭셔리 패션 브랜드 '이세이미야케' 전시회(다음 달 15일까지)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후지와라 다이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42)는 "2002년 이세이미야케가 제일모직을 통해 한국에 진출한 이후 처음 전시회를 마련했다"며 이같이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 전시회에는 한복 디자이너이자 한국 보자기 아티스트인 이효재씨(51)가 함께 참여,이세이미야케 의상과 어울리는 보자기 가방을 제작해 선보였다.

후지와라 디렉터는 "사각형 천을 이용해 디자인하는 이세이미야케 옷과 한국의 보자기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먼저 이씨에게 이 작업을 제안했다"며 "내년 시즌 테마도 동서남북을 조합한 '뉴스(NEWS)'로,한국 보자기와 일본 패션의 만남이 이 같은 컨셉트에 정확히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이번 작업을 통해 마치 한 · 일 간 자유롭게 문화 교류가 이뤄지던 백제시대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며 "하나의 사각천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절제미와 색다른 성취감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후지와라 디렉터는 1994년 이세이미야케 디자인 스튜디오에 들어가 2007년 가을 · 겨울시즌부터 수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엔 지난 3년간 그가 선보인 컬렉션 히스토리와 내년을 겨냥한 봄 · 여름 컬렉션도 선보인다. 인디언 터키 등의 화려한 12가지 패턴의 사각천과 함께 이들을 조합해 완성한 옷들을 전시했다. 그는 두 장의 큰 사각천을 이어 만든 원피스를 보여주면서 "잘라내고 버리는 부분이 없어 나름 환경 보호도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세이미야케는 1998년 별도의 재단 과정 없이 한 장의 천으로 옷을 완성하는 'A-POC(에이폭)' 기법으로 세계 패션무대에서 주목받은 브랜드다. 후지와라 디렉터는 "한국의 한복은 치마와 저고리 두 조각이지만 일본의 기모노는 한 장의 피스로 구성돼 있다"며 "이 같은 기법은 일본의 특징에서 따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을 위한 생활 밀착형 옷을 만들고 있다"며 "연령대를 의식한 보기 좋은 옷보다는 입기 편한 옷을 만드는 게 이세이미야케의 브랜드 철학"이라고 소개했다.

한국 패션의 세계화를 위해 조언을 구하자,그는 "이세이미야케는 내년 40주년을 맞는 브랜드로 한국 패션 브랜드보다 역사가 깊은 편"이라며 "한국도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 잠재력과 열정을 보면 세계적인 브랜드가 나올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