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에 바우(BAU)라는 건축사무소가 최근 문을 열었다. 권형표 김순주 김형석 민우식 등 4명의 공동대표에게는 건축가라는 것 외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출신학교도 다르고,고향도 제각각이며 한다리 건너 서로 아는 사람도 없는 이들을 연결시킨 매개체는 바로 블로그였다. 바우도 블로그 건축가들 모임(Blog Architects Unit)의 약자에서 따왔다.

2005년 4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건축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현지 회사에 근무하던 김형석씨는 야후블로그에 자신만의 온라인 건축공간 '낮은 안개'(kr.blog.yahoo.com/nlarchitects)를 만들었다. 블로그 활동을 하면서 당시 현대종합설계에 다니던 권형표씨를 권씨의 블로그 '꿈꾸는 곰'(kr.blog.yahoo.com/urbancallus)에서 만났다. 건축에 대한 서로의 가치관을 이해하게 된 두 사람은 지난해 금천 패션아이티문화존 조성사업 기본계획에 같이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권씨의 아내이자 역시 건축가인 김순주씨,그리고 민설계에 있던 민우식씨(kr.blog.yahoo.com/nuno1129)가 동참했다. 코넬대 건축석사 출신인 지정우씨(kr.blog.yahoo.com/jungwooji)와 진아도시건축에서 일했던 천경환씨(kr.blog.yahoo.com/lazybirdc) 역시 블로그를 통해 만나 파트너로 바우에 합류했다.

한 차례의 프로젝트로 끝나지 않고 권형표 김순주 민우식 김형석 4명은 공동대표로 건축사무소를 설립했다. 민씨는 민설계라는 유명 건축컨설팅 업체의 2인자 자리까지 포기했다. 사무실을 내자마자 이들은 지난 8월 '천안 전통민속주 체험전시관 및 충주제관 건립사업 현상공모전'에 당선되는 경사를 맞았다.

바우의 아침은 다른 건축사무소와 사뭇 다르다. 각자 블로그에 들어가 고객과 상담하고,블로그에서 수시로 만나 토론하고 일정을 짠다. 블로그로 시작해 블로그로 끝나는 건축사무소다. 김형석 소장은 "협업을 위해서는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요즘엔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의미있는 건축물이나 사회 현상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한데 블로그는 이를 위한 가장 훌륭한 통로가 된다"고 설명했다.

블로그를 기반으로 한 건축사무소의 가장 큰 장점은 뭘까. 고객과의 장벽이 없다는 것이다. 바우가 '블로그를 통한 건축'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권형표 소장은 "어렵게 올라가야 하는 건축사무소가 아닌 문턱이 낮은 사무소가 되기를 바라는 우리의 공통 가치관에 블로그는 가장 적합한 매개체"라며 "이제 건축 분야도 항상 고객과 접촉하면서 시대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블로그라는 항상 열려 있는 공간에서 고객들을 만나고 홈페이지와 달리 즉시 쌍방향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도 가능하다. 민우식 소장은 "오프라인에서도 고객과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통상 2,3층에 차려지는 건축사무소와 달리 1층에 사무실을 냈다. 임대료 대비 힘든 결정이었다"며 웃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