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으로 촉발된 서울 강남권 아파트의 가격 하락은 올 상반기 숨가쁘게 올랐던 장세에 대한 반작용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또 아파트 가격이 추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여전한 데다 재개발 · 재건축으로 인한 주택 멸실 등으로 내년에도 서울의 집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시됐다.

한국경제신문,한국경제TV 등 한국경제미디어그룹은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한국건축산업대전 2009'의 주요 행사로 '한경 베스트공인중개사 초청 부동산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한경 베스트공인중개사 100여명과 일반인 100여명 등 200여명이 참가했으며 자리가 부족해 땅바닥에 앉아 강연을 들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그만큼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이 급변하는 경제환경에 놓인 부동산 시장에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송도 청라 광교에 관심을

이날 세미나에서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부동산 시장 전망'이란 주제로 강연한 데 이어 권창주 서울시 주거정비과장이 '재개발 · 재건축을 중심으로 한 서울시의 주택정책'을 직접 브리핑했다.

김 팀장은 현재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에 대해 "상반기에 잠실주공 5단지나 개포주공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많게는 2억~3억원씩 무섭게 올랐다"면서 "이들 단지의 가격이 최근 떨어졌다고 하지만 기껏해야 수천만원 정도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즉 상반기 급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 국면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 팀장은 또 주택 시장에 과거와는 다른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그는 "지금까지의 주택 공급은 주로 민간 건설사들이 담당했지만 이제는 공공의 역할이 점차 커지는 추세"라며 "특히 건설사들이 대규모 사업을 하고 싶어도 리스크를 떠안기 싫어하는 금융회사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재원 조달이 힘들어 좌절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김 팀장이 국토해양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올해 예상되는 주택 건설 실적은 25만채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매년 평균적으로 46만채가량을 공급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김 팀장은 "국토부가 지난해 말 다가구 및 1인 가구 등을 감안해 주택보급률을 새로 계산해보니 수도권 지역의 경우 96%에서 95.4%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가 수도권 일대 공급 확대 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앞으로의 주택 시장 트렌드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신규 분양시장,재개발 · 재건축,보금자리주택 등이다. 특히 재개발 · 재건축의 경우 내년부터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봤다.

김 팀장은 "정부는 어떻게든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 공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재개발과 재건축 외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내년에 이명박 정부가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데다 6월에는 지방선거까지 맞물려 재건축 · 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활성화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구체적인 전망과 투자 요령도 제시했다. 분당이나 용인 등 기존 중대형 주택의 투자가치를 어둡게 본 반면 송도나 청라지구,광교신도시 등을 유망지역으로 꼽았다.

그는 "2000년대 들어와 분당과 용인 일대가 많이 올랐던 이유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찾아 강남 일대 중산층 이상 부자들이 많이 옮겨갔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교통 등 불편을 느낀 이들이 서울로 돌아오는 추세여서 분당,용인 일대 중대형 주택 수요는 과거처럼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또 "반면 송도와 청라지구,광교신도시와 같은 곳은 공항을 낀 국제도시(송도,청라) 또는 행정도시(광교)로 개발돼 배후수요가 충분해 투자가치가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토지나 상가,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경매를 통한 투자가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했다.

김 팀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곳이더라도 경매를 통하면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며 "특히 경매는 DTI 규제도 피할 수 있어 앞으로도 토지나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하는 수단으로서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건축,용적률 완화로 사업성 높아져

권창주 과장은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공공관리자 제도에 대한 오해가 많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공공관리자 제도를 서울시나 구청이 직접 사업을 이끌어가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며 "하지만 서울시가 하고자 하는 것은 추진위나 조합이 사업을 투명하게 시행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조합이 체결한 각종 계약 내역 등을 공개하는 재개발 클린업 시스템 도입,사업비 추정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권 과장은 또 "서울의 주택보급률이 2008년 기준 93.6%에 불과해 아직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특히 전체 재고주택(약 314만채) 대비 임대주택의 비율은 선진국(10~20%)에 한참 못미치는 5.4%밖에 안된다"고 밝혔다.

권 과장은 이 같은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울시 차원의 다양한 정책적인 노력을 소개했다.

특히 20년 이상 내집처럼 살 수 있어 인기가 높은 장기전세주택 시프트의 공급을 2013년까지 13만2000채로 늘리고 공공임대주택도 재고주택의 1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숙사형 · 원룸형 주택인 도시형 생활주택도 매년 2만채씩 10년간 총 20만채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권 과장은 다만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에서 관심이 높은 소형주택 의무비율에 대해 "아직까지 이를 변경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현행 조례상 아파트를 재건축하려면 전체 세대수의 20% 이상은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아파트로 지어야 한다. 현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나 잠실주공 5단지 등 중층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이 같은 의무비율 조항 때문에 일부 세대가 오히려 주택크기를 낮춰가야 하는 문제가 있어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권 과장은 이에 대해 "이미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사업성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이들 단지가 그동안 사업이 안되고 있었던 것은 소형주택 의무비율보다는 재건축 사업의 필수 요건인 안전진단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