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피츠버그에서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지난 4월 런던회의 합의사항 이행과 세계경제의 회복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었다. G20 정상들은 아직 세계경제가 위기로부터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지속적인 경기부양책 유지 및 출구전략 준비 등 거시경제정책 측면에서의 국제공조를 다시 한번 다짐했다.

내년에 캐나다와 한국에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한 것은 세계경제가 확고하게 회복될 때까지 철저히 점검하고 공동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는 세계금융시장의 안정화는 물론 세계경제의 조속한 회복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평가된다.

아마도 피츠버그 정상회의 합의사항 중 가장 획기적인 것은 G20 정상회의의 정례화일 것이다. 사실 G20 정상회의가 세계금융위기 극복을 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내년에 한 번 정도 더 개최하고 소멸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피츠버그에 모인 G20 정상들은 예상을 뒤엎고 G20 정상회의를 국제경제협력을 위한 최고의 협의체로 격상시키는데 합의했다.

이는 G20 정상회의가 기존에 세계경제를 관리해 온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국제사회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국제정치의 현실을 반영한 불가피한 시대적 추세로 보고 있다. 즉 최근 들어 한국,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들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어 세계경제의 주요 이슈를 논의하는 데 있어 선진국만으로 구성된 G7 체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피츠버그 회의에서는 G20 정상회의의 의제가 기후변화,에너지,개도국 빈곤 등으로 확대됐다. 이미 G20 체제가 세계경제 관리에 필요한 국제협력과 의사결정의 새로운 틀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 신흥국의 위상과 협상력이 커질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세계경제의 주요 이슈들을 선진국과 신흥국이 함께 협의하는 공평한 체제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가 하면 민감한 이슈들에 대한 합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주관하고 있는 DDA협상이 난관에 부딪친 핵심 이유가 G20 체제 안에 있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 절충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우려의 현실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앞으로 G20 체제가 명실공히 다양한 세계경제 이슈를 관리하고 조정해 나가는 최상의 협의체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결과도출과 도출된 결과의 차질없는 이행을 통해 새로운 체제로서의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내년 11월 한국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의가 갖는 중요성은 매우 크다. 즉 G20체제의 실질적 개막을 알리게 될 한국 G20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 매우 가난했던 개도국 시절의 어려움과 성공적인 경제발전을 동시에 경험한 나라로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입장을 중재할 수 있는 적합한 위치에 있다. 지금과 같이 세계경제가 여러 면에서 어려운 시기에는 보다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결과를 도출해 내는 발전적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위상을 적극 활용하고 지금까지 개최된 G20 회의에서 보여준 리더십을 지속적으로 발휘한다면 한국은 발전적 중재자의 역할을 수행해 낼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 아무쪼록 내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에 만전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장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