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호생명에 이달 말까지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1500억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할 것을 요구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 풋백옵션 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부담이 커 증자 참여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달 말까지 자본을 조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13일 "금호생명의 지난 7월 말 지급여력비율이 106% 수준에 불과해 이달 말까지는 150%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며 "이달 말까지 매각이 안 되면 당초 약속한 대로 자본을 확충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자본 확충 등 경영정상화를 유도하기 위해 최근 검사역을 파견,상주시키고 있다. 또 금호그룹여신을 줄일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고위험 자산의 축소도 지시해놓은 상태다.

금호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지난 6월 105.9%로 감독권고기준인 150%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지난해 해외투자 손실 등으로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탓이다. 이 때문에 금호생명 측은 지난 7월 "그룹 측에서 추진 중인 매각이 8월 말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9월 말까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다.

금호생명이 지급여력을 150%로 높이려면 최소 1500억원 이상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 특히 2011년부터 적용되는 위험기준 자기자본제도(RBC)에 따른 지급여력비율 150%를 맞추려면 2300억원가량을 증자해야 한다.

하지만 금호생명의 매각작업이 지지부진한 데다 금호그룹의 자금상황을 감안할 때 증자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9월부터 그룹 측이 추진해온 매각의 경우 우선협상대상자인 칸서스자산운용에서 투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산 위기에 처했다.

특히 상당액을 투자할 계획이던 국민연금 측이 삼성화재 임원 출신인 박해춘 전 이사장의 지난 11일 갑작스런 사임으로 입장이 불투명해졌다.

금호그룹이 증자에 참여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 금호생명의 대주주는 △금호석유화학 23.83% △아시아나항공 23.14% △금호산업 16.16% 등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작년부터 적자를 거듭하고 있으며 금호석유화학도 최근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이다. 금호그룹 계열사에 올 하반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비율과 유사한 건전성 지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