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2011년 시행되는 국제회계기준(IFRS)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손해보험업계는 1조원 가까이 법인세를 부담해야 하고,생보업계는 5조원 이상의 적립금을 새로 쌓아야할 판이다. 이 경우 보험사들의 지급준비여력이 크게 줄어들어 보험업권 전체의 건전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2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가 2011년 도입되면 손보사들이 쌓아놓고 있는 비상위험준비금 3조1256억원(2008회계연도 기준)이 '부채'에서 '자본금'으로 바뀌게 된다. IFRS는 지진 등 거대손실 위험에 대비해 적립하는 비상위험준비금을 부채로 계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비상위험준비금은 회사 소득으로 간주되게 돼 손보사들은 27.5%(주민세 포함,2008년 법인세법 개정안 반영 전)에 달하는 8595억원을 법인세로 납부해야 한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회계기준 변경만으로 업계가 8500억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재 팀을 꾸려 대응방안을 만들고 있으며 조만간 개선안을 기획재정부 세제실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보사들이 법인세 8595억원을 예정대로 납부할 경우 지급준비여력이 회사별로 0.5%에서 최대 19.8%까지 급락한다.

생보업계에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IFRS는 보험사 자산과 부채를 모두 공정가치로 시가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험사는 자산과 부채를 모두 취득할 당시의 가격인 장부가로 회계처리를 해왔다. 물론 부채에 대한 시가평가는 2단계 추진사항이지만 1단계로 그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부채적정성평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적정성평가를 하게 되면 보험계약(부채)의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환산해 시가평가를 하게 된다. 이는 매년 회계장부에 반영되는데 부채의 시장가치가 자산의 시장가치보다 많으면 그만큼 손실이 늘어난다.

실제 생보사들은 1980년대부터 팔아온 고금리(확정) 상품으로 인해 지난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역마진이 발생했다. 지급해야 할 예정이율은 연 6.4%였지만 운용수익률은 연 5% 중반에 그쳤기 때문이다. 특히 IFRS는 운용수익률을 국채수익률로 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에 생보업계는 무려 3%에 달하는 역마진을 반영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현재 IFRS에 따라 시가평가해야 하는 저축성 보험계약 자산이 150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4조5000억~5조원을 추가로 적립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한꺼번에 5조원을 쌓게 한다면 업계가 엄청난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점진적으로 적립금을 쌓도록 하는 등 충격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2011년 IFRS 시행에 앞서 비교시점인 2010년부터 IFRS에 따른 재무정보를 작성해야 하고,회계연도상 2010년 3월까지 리스크관리 시스템을 IFRS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의 약자. 기업의 회계 처리와 재무제표에 대한 국제적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C)에서 마련해 공표하는 회계기준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분식회계 사건인 엔론 사태 이후 유럽식 모델을 주로 반영하고 있으며 현재 100여개 국가에서 도입해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장사와 금융회사 등이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2011년엔 150여개 국가가 이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