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등 선진국 사회에서 최근 '항(抗)노화'란 말이 유행이다. 그 여파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언급되고 있다. 항노화 학회 등 노인병 관련 학회도 많이 생겼다. 항노화 전문 클리닉도 소개되고 있다.

항노화라니? 언뜻 보면 자연의 순리에 어긋나는 개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명한 문명 비판가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런 말과 의미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그러나 항노화란 말엔 노화 진행을 억제하고,건강하게 오래 살고픈 사람의 소망이 담겨 있다. 이런 말은 처음부터 의도된 게 아니었다. 노인 연구 초기엔'노화 방지'나 '성공적 노화'란 말이 소개됐다. 그 후 점차 노화의 원인에 대한 연구가 진척되면서 노화 억제 방법들이 제안됐다. 이 같은 결과에 힘입어 상업적 성격이 강한 각종 건강 보조 식품도 등장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항산화제다. 독성이 강해서 세포를 손상시키는 유리기 산소가 혈관을 부식시켜 노화를 촉진하므로 산화를 억제하는 약이나 특정 식품을 섭취하면 노화가 억제된다는 말이다.

항산화제란 말이 있으니 항노화란 말도 자연스레 생겼음 직하다. 미국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도 각종 매체를 통해 무슨 물질이 항노화 효과가 좋다는 등 광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메가3,비타민 A,C,E 등은 이미 일반화됐으며 셀레니움이나 감마-리놀렌산부터 SOD(superoxide dismutase)란 효소까지 나왔다. 일부 상품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인 양 확인시켜 주려 든다. 이 좋은 걸 먹지 않으면 노화를 방치하는 꼴쯤으로 여기게도 만든다.

정말 좋은 항산화제를 먹으면 항노화가 확실히 보장되는 것일까. 기왕의 연구에선 노화 과정을 부분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항노화나 노화 방지를 위한 특정 물질은 없다는 견해다. 물론 어떤 질병 때문에 처방할 수 있는 항노화성 물질은 몇몇 있다. 항노화제가 여럿 소개되곤 있지만,그 효과에 대해서는 확실한 연구 결과가 없다. 광고에 나오는 상품 중 하나를 장기 추적 연구해 보니 신통치 않다는 보고도 있다. 건강식품의 선택이야 소비자 마음에 달렸겠지만,항노화제와 관련한 슈퍼 히어로는 없다는 점을 알아 줬으면 한다. 의사들이 권하는 최고의 항노화 처방은 운동과 식사다. 건강한 생활 습관만 유지해도 85세까지는 거뜬히 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근래 들어 90세까지 팔팔하게 잘살자는 웰빙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를 위해 등장하는 방법이 대부분 운동,피부 관리,성형,유기농 먹거리 등이다. 항노화제도 덩달아 편승하고 있는 형편이다.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어떤 것을 선택하든 자유다. 그러나 뭔가 빠진 느낌이다. 단지'동물적 즐거움'만을 누리려는 성향에 집착한다면…,항노화가 꼭 그런 뜻만 있는 건 아닐 텐데…,하는 생각이다.

신승철 <안티에이징엑스포 준비위원·정신과 전문의 igu1848@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