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막혀서 택시비가 1만원이나 나왔지 뭐야.평소엔 6000원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택시 이용자들로부터 심심찮게 듣는 소리다. 같은 목적지라도 교통 정체가 심하거나 길을 돌아갈 경우 택시 요금은 달라진다. 이 때문에 승객들은 택시를 탈 때마다 요금이 얼마가 나올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때로는 택시 운전기사와 승객 사이에 요금 문제로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택시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에서는 요즘 이런 문제를 해결한 '택시요금 정액제'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트란(Tran)'이라는 업체가 2007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라쿠라쿠(안심) 택시 서비스'다.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PC 또는 휴대폰으로 라쿠라쿠 택시 전용 웹사이트에 접속한다. 이용 일시,출발지,목적지를 입력하면 주행 거리,요금,예상 소요시간,해당 택시회사가 뜬다.

요금을 확인한 후 예약 버튼을 누르면 지정된 시간과 장소로 택시가 배차된다. 요금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길이 막히든 돌아가든,요금이 얼마 나올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요금이 보통 택시보다 30% 정도 싸다. 최단 거리를 검색한 지도 데이터를 통해 요금을 산출하기 때문이다. 라쿠라쿠 택시 서비스는 승객뿐 아니라 택시회사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이 서비스에 등록하면 손님을 태우러 돌아다니거나 공항 철도역 등에서 대기하며 낭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를 개발한 트란은 택시회사일까? 아니다. 택시 이용객과 택시회사를 연결하는 중개 회사다. 가맹 택시회사로부터 이용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트란은 일본 사회의 노령화 추세에 주목하면서 이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몸이 불편한 노령층에게 가장 유용한 교통 수단은 택시다. 따라서 '앞으로 택시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를 바탕으로 트란은 택시 시장의 문제점을 찾았다. 사람들이 택시를 이용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이 무엇일까? 바로 체계적이지 않은 택시 요금이었다. 트란의 예상과 분석은 적중했다. 라쿠라쿠 택시 서비스는 노인층과 비즈니스 맨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07년 9월 서비스 개시 이후 1년 만에 이용 건수는 10배로 늘었다. 2010년까지 하루 이용 건수를 5000건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현재 가맹 택시회사는 200개사를 넘었다. 등록을 희망하는 회사도 계속 늘고 있다. 매출 성장세도 커서 2008년 매출이 전년 대비 30% 정도 늘어난 3억5000만엔을 기록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불편한 택시 이용 시스템에 적응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트란은 달랐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불편함을 해결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신사업을 모색하고 있는가? 기존 시장의 문제점에 주목하라.획기적인 신사업의 힌트를 그 문제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미나 이사/이경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