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 인턴의사가 선배 전문의를 평가한다? 병원이 호텔보다 더 친절하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줄을 잇는다? 보통의 병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미국 덴버주 포트콜린스의 푸드르 밸리 헬스시스템(PVHS).이름도 생소한 이곳은 최근 갤럽 조사에서 고객(환자)만족도와 직원만족도가 동시에 높은 상위 1% 병원으로 꼽혀 유명 대학병원들을 무색하게했다. 지난해엔 미국 대통령이 직접 시상하는 맬컴 볼드리지상까지 받았다. IBM이 여러 번 도전했을 만큼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으로 끊임없이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우수한 실적을 보인 기업에 주어진다.

직원 수 4000명의 개인병원이 최고의 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회사에 만족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변화와 혁신을 만들어 낸 데 있다. 이 병원의 CEO 루론 스테이시는 "PVHS 직원에게 서비스 개선은 업무가 아니라 DNA며 문화"라고 말한다.

PVHS에는 각계각층의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여러 운영위원회가 있다. 운영위원회는 직원들이 직접 서비스 개선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이다. 경영진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위원회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협조한다. 아이디어 실행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물론이다.

가장 눈에 띄는 위원회가 간호서비스 개선 위원회다.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채점표를 마련,정기적으로 간호 품질을 확인한다. 목표치를 세워놓고 현재의 성과와 비교하고,더 발전하기 위한 계획을 직원들 스스로 세운다. 한 예로 환자들이 침대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자 간호위원회는 특별대책팀을 만들어 원인 파악에 나섰고,이후 사고 예방을 위한 지침을 만들고 전 직원 대상의 교육과정도 개설했다. 그 결과 2006년과 2007년에는 이전보다 낙상 사고가 55% 이상,낙상으로 인한 상해는 33%나 줄었다.

PVHS는 또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라면 다른 업계의 아이디어를 주저 없이 벤치마킹한다. 평직원이 상사를 평가하는 직원 역평가제는 1994년 맬컴 볼드리지상을 받은 부품업체 웨인라이트사의 아이디어를 새롭게 적용한 것이다.

혁신을 위해 조직은 끊임없이 직원들을 독려한다. 하지만 그 전에 직원들이 만족하며 일할 때 자발적인 혁신도 이뤄질 수 있다.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싶은가? 먼저 직원만족도부터 높여야 한다.

조미나 이사/사유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