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 배용수 교수 "바이러스 치료제로 내성암 치료 가능성"

국내 연구진이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항바이러스 활성효소(PKR)가 대표적인 암 억제 유전인 'p53'의 항암작용 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성균관대 생명과학과 배용수 교수팀은 14일 우리 몸이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에 맞서 싸우는 것을 도와주는 PKR이 p53의 암 억제작용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대표적인 암 억제유전자인 p53의 항암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으로 미 국립학술원회보(PNAS) 14일자에 게재됐다.

배 교수팀에 따르면 화학적 항암제를 투여하면 p53 단백질이 활성화되면서 PKR 단백질이 대량으로 생성되고, 이렇게 만들어진 PKR은 세포 내 다른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해 세포증식을 막고 궁극적으로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게 된다.

지금까지 p53이 다른 유전자들의 발현을 유도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들이 p53의 항암작용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는 많이 있었으나 PKR이 p53에 의해 대량으로 생성되고 p53의 항암메커니즘을 좌우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PKR 유전자를 제거한 암세포를 만들어 누드마우스에 암을 생성시킨 뒤 항암제를 투여했다.

그 결과 PKR이 제 거된 암을 가진 쥐는 항암제에 강한 내성을 보였으나 PKR이 정상인 암을 가진 쥐 는 암세포 성장이 현저히 억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PKR 제거로 인한 항암제 내성은 암 억제유 전자 p53이 제거된 암에서 나타나는 항암제 내성 현상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배 교수는 "이 연구는 암과 바이러스성 질환이 서로 관련이 없을 것이라는 기존의 시각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결과로 볼 때 항암제 투여로도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할 수 있고, 반대로 p53 돌연변이로 인해 항암제 내성을 보이는 암도 바이러스 치료제인 인터페론이나 PKR 활성화를 통해 상당 부분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scite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