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사진)이 주요 계열사 사업장과 사무실을 잇따라 방문하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공감대를 마련하고 그룹내 임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그룹 주변에선 최 회장이 본격적으로 '소통경영'에 나섰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계열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일임하고 글로벌 경영전략을 주로 챙겼던 그의 경영 스타일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도 한다. 지난해말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전면 교체란 초강수를 꺼내 든 뒤에 현재의 불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는 면모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최근 SK텔레콤 마케팅본부와 SK브로드밴드,TU미디어,SK텔링크 등 IT(정보통신) 관계사들이 입주한 남산 밑 그린빌딩에 이어 워커힐호텔,SK네트웍스,SK증권 등 6개 계열사 사업장을 차례대로 찾았다.

올초 그가 경영화두로 내세운 '생존경영'에 대한 각 사의 대응전략을 경청한 뒤 즉석에서 한 시간 남짓 임직원들과 격의 없는 간담회를 주재했다. '생존확보''위기극복'등 구호가 적힌 패널을 격파하는 퍼포먼스에는 직접 시범을 자청하기도 했다.

간담회도 형식적인 업무보고보다는 현안들을 자유롭게 논의하는 분위기로 진행된다. 최 회장은 이런 자리에서 "금융위기로 시작된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는 큰 기업이나 작은 기업 모두에 '쓰나미'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누가 얼마나 생명을 연장시켜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올초 동생인 최재원 SKE&S 부회장을 지주회사인 SK㈜와 SK텔레콤의 등기임원으로 전격 발탁,'형제경영'을 통한 역할 분담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은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국내 경영에 주력하고,글로벌 경영현안은 최 부회장이 맡을 것으로 관측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