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의 한림대 의대 신형철 교수 연구실.이곳에 사는 닥스훈트종 강아지 '아라'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한 연구원이 '너 이름이 뭐니'라고 묻자 아라의 목에 달린 소형 스피커에서 '제 이름은 아라입니다'라는 대답이 흘러나온다. 15일 신형철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뇌-기계 인터페이스(Brain-Machine InterfaceㆍBMI) 기술을 적용한 '슈퍼 강아지'가 조만간 현실화될 전망이다. '슈퍼 강아지'란 인간과 간단한 대화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 내리는 명령어를 인식해 뇌파로 각종 전자기기를 조작할 수 있는 강아지다. 신 교수팀은 2000년부터 강아지를 이용해 뇌와 기계 사이의 정보교환이 일어나는 BMI 장치 및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아라의 전전두엽(계획,인지,학습 등을 담당)에 '뇌활성전기신호'를 측정할 수 있는 미세전극과 동전 크기의 마이크로칩을 이식했다. 이 칩은 수신기,신호증폭기,무선송신기(블루투스)를 갖추고 있다. 강아지가 명령어를 인식함에 따라 발생하는 뇌 신호들은 이 칩을 통해 중앙컴퓨터로 무선 전송되고 컴퓨터는 신호에 따라 미리 입력돼있던 명령어를 발생시킨다. 예를 들어 아라가 '이름'이라는 단어를 인식할 때 발생하는 특정한 뇌활성전기신호가 컴퓨터로 전송되고 컴퓨터는 이 뇌신호와 매칭되는 대답을 아라의 목에 달린 스피커에서 나오게 하는 방식이다.

미세전극 하나가 인식할 수 있는 뇌활성전기신호는 4개여서 4개의 전극이 부착된 아라의 경우 16개의 명령을 수행한다. 한 명령어당 성공률은 80% 정도지만 훈련에 따라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슈퍼강아지가 '불을 켜','불을 꺼'등의 명령어를 인식하도록 훈련받게 되면 전등 조작도 가능하다. 연구실의 또 다른 강아지인 요크셔테리어 '맥스'는 간단한 대화 이외에도 집안의 전등,오디오,마사지 기계 등을 조작할 수 있다.

연구팀은 현재 특수하게 발달된 강아지의 후각을 이용해 '소변 냄새인식을 통한 초기 암 환자 진단용 강아지'를 개발 중이다. 강아지가 암환자의 소변에서 나는 독특한 냄새를 맡게 되면 특정한 뇌파가 발생한다는 점을 이용한 것.연구팀에 따르면 강아지가 특정 냄새에 반응하는 훈련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도 뇌파 신호를 바로 읽어 낼 수 있어 암 진단의 정확도가 90%가 넘는다. 이 같은 기술은 산삼 등 희귀 약초,마약 탐지 분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신 교수는 "BMI기술은 궁극적으로 사람에게 적용해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작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위해 전극을 뇌에 직접 접촉하지 않고도 신경신호를 읽을 수 있는 근적외선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성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삶을 되찾을 수 있게 하는 등 인간의 삶과 복지를 크게 향상 시킬 수 있는 기술인 만큼 2년 내에 원숭이를 대상으로 실험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