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TV 광고 한번 안 하고,억대 톱모델을 기용한 적도 없으면서 국내에서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는 화장품 브랜드가 있다.

단일 브랜드로 연간 매출 500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한 아모레퍼시픽의 한방화장품 '설화수'다. '설화수'의 지난해 매출은 국내 전체 화장품시장(6조5900억원)의 11%,한방화장품시장(1조4200억원)의 57%를 차지했다.

2위인 LG생활건강의 화장품 전체 매출과도 맞먹는다. 콧대 높은 백화점 매장에서도 '랑콤''디올' 등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들을 제쳤다.

이 같은 '설화수'의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무엇보다 뛰어난 제품력이 비결이다. '설화수'는 경희대 한의대와 공동 연구 끝에 1997년 탄생했다.

1987년 나온 '설화'를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하지만 그 기원은 1973년 인삼을 넣은 국내 최초 한방화장품인 '진생삼미'로 삼는다.

초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36년이란 녹록지 않은 연륜이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밑바탕이 된 셈이다.

임정아 설화수 매니저는 "설화수를 벤치마킹해 최근 많은 브랜드가 쏟아져 나와 '한방화장품 붐'이 일고 있지만 그간 축적된 제조기술과 역사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마케팅을 지양하는 대신 품질로 승부한다는 원칙을 고수한 점도 돋보인다. 100% 국내산 한방재료만 쓰고 한방미용센터,약초원을 설립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다른 브랜드들이 스킨케어부터 색조 제품까지 수백가지 품목을 내놓는 것과 달리 '설화수'는 스킨케어 45개 제품만 선보이고 있다.

대부분의 품목이 스테디셀러인 셈이다. 대표적 인기품목인 '윤조에센스'의 경우 지난해 약 160만개를 팔았다.

또한 설화수의 힘은 매출의 75%를 올리는 방문판매에서 나온다. '아모레 카운슬러'로 불리는 3만2000여명의 방판 사원들이 1인당 평균 100명의 고객을 관리한다.

카운슬러들이 휴대용 정보단말기(PDA)를 들고 고객별 구매시기,선호제품 등을 일일이 챙기는 1 대 1 맞춤관리 전략은 외환위기 때도 매출을 2배 이상 끌어올리는 힘이 됐다.

품질과 방문판매 덕에 고객 충성도면에서 '설화수'를 넘볼 브랜드가 없다는 게 화장품 업계의 분석이다. 상당히 고가 제품임에도 '설화수'의 재구매율은 50%를 넘는다.

주로 35세 이상 여성들이 주고객층이지만 20대 여성은 물론 지난해 출시한 남성용 '정양라인'으로 남성고객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또한 에스티로더,디올,샤넬 등 해외 브랜드들과의 경쟁이 치열한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에서도 설화수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26개 브랜드 중 수년째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롯데백화점에서 샤넬 화장품 매장이 빠진 '명당 자리'에 '설화수'가 옮겨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