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뭉클한 장면을 보면 눈물이 절로 난다. 삼성복지재단이 주관한 제33회 삼성효행상 시상식장에서도 그랬다. 가난한 집 맏며느리로 40년 동안 시부모 공양에 시동생 보살피고 자식 여섯까지 보란 듯이 키워낸 대상(大賞) 수상자 김단례씨를 보는 순간 그만 눈물이 쏟아졌다. 누가 볼세라 훔쳐냈지만 목은 메이고 귀는 먹먹했다. "어차피 고령인데"라는 병원측의 만류에도 불구,여든일곱살에 이어 여든아홉살 때도 시아버지에게 수술을 권유함으로써 아흔여섯살까지 사시도록 했다는 대목에선 머릿속이 하얗게 바래는 느낌이었다.

시어른을 모시는 며느리의 효성만 효성이랴.가난한 조부모 밑에서 동생을 돌보며 살면서도 전교 회장을 맡는 등 밝고 씩씩하게 자라는 권지연양과 시각장애자 아버지와 암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동생을 보살피는 박지은 양 등 청소년 수상자들의 모습은 더욱 가슴을 아리게 했다.

이들의 특징은 자신을 힘들게 한 이들에 대한 원망이나 불평은커녕 오히려 고마워하며 밝고 건강하게 지낸다는 점.여든여섯살 시어머니가 10년만 더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김단례씨나 힘든 이웃을 돕는 사회복지사가 되겠다는 지연이 모두 찌푸린 곳이라곤 없다.

특별상을 수상한 가수 현숙(본명 정현숙)씨 역시 마찬가지다. 28년간 중풍을 앓은 어머니와 7년간 치매로 고생한 아버지를 보살피느라 오랫동안 밤잠 한번 제대로 못잤다는데도 부모님이 계셨기에 자신이 있는 것 아니냐며 좋은 성격과 튼튼한 체력을 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현숙씨 뿐만 아니라 수상자들 모두 한결같이 당연히 해야 할 효도나 봉사로 상을 받는 게 쑥스럽고 민망하다고 했다. 이들 가운데 누구도 형편이 넉넉한 사람은 없다. 효도해야 한다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돈과 시간이 없어 못한다는 말이 얼마나 허튼 핑계에 지나지 않는지 보여주는 셈이다.

어머니 생존 시 듣지도 말하지도 못했지만 외국에 가면 전화해 "여기는 어디고 오늘은 뭘 했다"고 말했다는 현숙씨의 얘기는 효도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생각하게 한다. "돈 벌어 효도해야지 하지 마세요. 건강하실 때 좋은 것 보여드리고 잘하면 좋겠지만 어떤 모습으로든 옆에 계실 때 잘해야지 돌아가신 다음엔 후회해도 소용없어요. "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