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병역의무 형평성 등 감안, 국민정서에 안맞아”

반 “사상·양심·종교적 자유의 정당한 권리를 억압”


국방부가 참여정부 당시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에게 허용키로 했던 대체복무를 '없던 일'로 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 유보 조치가 논란을 빚고 있는 것이다.

향군 쪽에서는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는 우리나라 안보상황에도 맞지 않고 절대 다수 국민의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대체복무 허용 방침을 원점으로 되돌린 정부 결정을 환영하고 나섰다.

반면 참여연대 쪽에서는 "국방부가 8년 넘게 진행해온 대체복무 도입 노력조차 일거에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며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 대신 징벌적 성격의 사회봉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이들을 기어이 전과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종교적 신념 등에 따른 병역 거부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정부에 권고했으며, 헌법재판소 또한 '양심적 병역 거부' 처벌을 합헌으로 규정하면서도 입법적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

유엔인권위원회도 여러 차례에 걸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했는가 하면, 지난 9월에는 이례적으로 미국 국무부까지 나서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병역의무 형평성,분단국가 특수성,국민정서 등을 이유로 줄곧 반대 입장을 취해오다 2007년 9월 이를 선회해 대체복무 허용 방안을 내놨었다.

문제는 국방부가 새 정부 출범 이후 또다시 방침을 바꾸어 대체복무제 도입을 유보한 게 과연 설득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대체복무제 허용 유보 논란을 짚어본다.

⊙ 반대 측, "개인의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는 정당한 권리행사"

대체복무제 도입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민주주의 나라들은 개인의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를 사상·양심·종교적 자유의 정당한 행사로 받아들인다"며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거부자와 병역 복무자 사이의 사회적 형평성 문제를 푸는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대체복무제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잘 정립된 민주주의 제도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으며, 이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실증적 연구도 많다고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유엔인권위원회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받는 등 대체복무제는 우리나라가 양심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해 10월 전문가 조사에서 대체복무제 도입 찬성 비율이 85.5%나 됐다"며 이전 정권의 정책이라고 무조건 부정하는 이명박 정부의 태도는 군과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뿐이라고 볼멘소리를 낸다.

⊙ 찬성 측, "병역의무 형평성, 국민정서 등 감안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

이에 대해 찬성하는 쪽에서는 "병역의무의 형평성과 분단국가의 특수성,국민정서 등을 감안할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기는 시기적으로 빠르다"고 강조한다.

국민 10명 가운데 7명(68.1%)은 대체복무 허용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병무청 설문 결과도 이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종교적 배경 등을 병역 거부 사유로 인정하는 국가는 30여개국에 이르지만 이들 국가는 남북이 대치 중인 우리나라와는 여건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병역의무를 지지 않고 대체복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특정 종교인 등이 '양심'이라는 미명하에 병역기피 수단으로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가뜩이나 사회지도층 자녀 등의 병역기피 문제가 논란을 빚고 있는 마당에 대체복무제까지 시행한다면 혼란이 가중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대체복무제 도입은 국방의무의 신성함이 지켜질 수 있도록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시간 여유를 갖고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 대체복무제 도입,사회적 합의 바탕으로 신중히 추진해야

우리나라는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권 결의안'을 통과시킨 유엔 인권위원회 회원국으로서 언젠가는 병역거부자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방부도 2007년 9월 종교적 병역거부자에게 현역 복무기간의 2배인 36개월 동안 한센병원과 정신병원 등에서 '도우미'로 근무하는 대체근무를 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하고,이르면 올 1월부터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병역의무의 형평성,분단국가의 특수성 등에 비춰볼 때 대체복무제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국방부가 당초 입장을 바꾼 것은 국민의 반대 여론 존중과 함께 군 본연의 정체성 확립,형평성 논란 해소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정부는 국방 의무의 신성함이 지켜질 수 있도록 대체복무 허용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여유를 갖고 이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imks5@hankyung.com


<용어풀이>

◆ 대체복무제 :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에서 군복무를 하는 대신 이에 해당하는 기간 또는 그 이상을 사회복지 또는 사회공익요원,재난구호요원 등으로 일하게 함으로써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우리나라에서도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체복무제 도입 주장이 제기돼 왔지만 아직까지 허용되지 않고 있다.

2004년 5월21일 법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 양심적 병역거부 : 종교적 이유, 평화주의 신념 등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이 지켜야 할 의무 가운데 하나인 병역을 거부하거나 대체복무제로 병역을 대신하는 것을 말한다.

여호와의 증인처럼 종교적 이유로 집총을 거부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웨덴 이스라엘 등에서는 개인의 양심에 반하여 집총병역을 강제받지 아니하는 권리를 헌법 또는 법률로 인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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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2월 24일자 보도기사>

국방부가 종교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허용 여부에 대한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지자 안보·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찬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향군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는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에도 맞지 않고 절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다"면서 "국방부가 대체복무 허용 방침을 원점으로 되돌린 것에 대해 적극 지지하면서 환영한다"고 주장했다.

향군은 "대체복무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지위에 따른 도덕적 의무) 차원에서 모처럼 정착되어 가는 '병역의무의 신성함'을 훼손하는 동시에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아 우리 안보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라며 "지난 정부가 포퓰리즘 차원에서 논의했던 대체복무 허용 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경제위기 극복의 대열로 나설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반면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국방부가 8년 넘게 진행되어 온 대체복무 도입 노력조차 일거에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며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 대신 징벌적 성격의 사회봉사도 마다지 않겠다는 이들을 기어이 전과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작년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찬성 여론이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세우지 않았느냐"며 "지금 와서 대체복무제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이유로 그런 결정을 번복하려고 하는 것은 기존 정책결정에 대한 심각한 자기 부정"이라고 꼬집었다.